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 건설구축사업단은 중이온가속기의 핵심 장치인 초전도 가속관(사진)을 자체 기술로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국내 연구진이 한국형 중이온가속기의 핵심 장치인 ‘초전도 가속관’을 국산 기술로 개발했다. 가속기 구축비용 절감 효과와 기술을 보유한 국내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 건설구축사업단은 5일 자체 개발한 ‘초전도 가속관’이 캐나다 국립입자핵물리연구소(TRIUMF)의 성능시험을 최종 통과했다고 밝혔다.

중이온가속기 건설구축사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희귀 동위원소를 만들어내는 중이온가속기를 대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건설하는 것이다. 2021년까지 총 1조444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올해 예산은 1841억원이다.

중이온가속기의 핵심 장치인 초전도 가속관은 주로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희소 광물인 나이오븀(Nb)으로 만든 원통형 진공관이다. 나이오븀으로 진공관을 만들면 영하 273.15도의 극저온 상태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을 쉽게 유도할 수 있다.

초전도 가속관은 전기저항이 없는 진공관 내부에 강력한 전기력을 발생시켜 양성자, 우라늄 등의 중이온을 빛의 속도인 초속 30만㎞로 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중이온들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물질 구조가 변해 희귀동위원소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얻은 희귀동위원소들은 생명, 원자력, 재료 등 다양한 분야의 기초연구에 사용할 수 있다.

이번 TRIUMF 성능시험 통과로 한국은 초전도 가속관 제작 기술을 자체 보유한 8번째 국가가 됐다. 지금까지 이 기술을 가진 나라는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뿐이었다.

TRIUMF는 지난해 11월부터 성능시험을 실시해 최근 “가속관의 전기저항이 아주 낮은 수준이고, 전기장 세기는 자체설계기준과 국제설계기준을 모두 상회한다”고 평가했다. 전기장 세기가 크면 입자를 미는 힘도 커져 가속이 잘 이뤄진다.

한국형 중이온가속기는 대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구축된다. 총사업비는 1조4445억원이다.

IBS는 초전도 가속관 제작기술의 국산화가 전체 중이온가속기 구축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형진 중이온가속기 건설구축사업단 팀장은 “다른 나라 개발비용의 50% 수준에서 제작할 수 있다”며 “약 4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초전도 가속관 제작에 참여한 국내 업체들의 해외 진출도 기대된다. 일본은 현재 추진 중인 총 31㎞ 길이의 국제선형가속기(ILC) 사업에 초전도 가속관 1만6000여개를 사용할 예정이다.

유럽과 중국 등 다른 나라들도 차세대 가속기사업과 기존 가속기시설의 성능개선 사업을 계획하고 있어 초전도 가속관 수요가 꾸준히 발생할 전망이다.

이번에 성능시험을 통과한 초전도 가속관은 한국형 중이온가속기에 설치될 3개 유형의 가속기 가운데 저에너지 초전도선형가속기(SCL1)에 투입된다.

정순찬 중이온가속기 건설구축사업단장은 “올해 말까지 나머지 2개 타입의 가속관과 다른 핵심 장치들에 대한 국산화도 적극 추진하겠다”며 “국산화 비율을 65%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