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착한 펀드라는 오명을 이제는 벗게 되는 것일까. 몇 년째 부진한 성과를 내며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았던 사회책임투자펀드, 녹색성장펀드가 달라지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쁜 소식이지만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투자가 쏠리면서 수익률이 크게 출렁이는 경우가 많아 자금 이탈은 계속되고 있다.
◇사회책임투자(SRI)펀드, 올해 수익률 3.6%
현재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사회책임투자(SRI·Social Responsible Investment)펀드는 총 31개로 올해 평균 수익률은 3.6%다. 비슷하게 대형주 편입 비중이 높은 코스피200 인덱스펀드가 3.0% 성과를 낸 것에 비하면 선방하고 있다.
지난 2004년 국내에 처음으로 출시됐는데 기업의 수익뿐 아니라 인권·환경·노동 등 여러 분야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편입할 종목을 고르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담배·도박·환경오염 등과 연관된 기업에 투자하지 않거나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남녀 차별을 없애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 등 시가총액 상위 주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중견·중소기업들보다는 경제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환경오염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운용사에서는 설명했다.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자[주식](C/A)가 2006년 설정된 이후 설정액이 5000억원 규모로 국내에서 가장 많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40% 가까이 손실이 발생했지만 이후로 수익률이 조금씩 개선돼 설정 이후 106.3% 수익을 냈다. 올해도 3.3%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펀드는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래에셋글로벌대체에너지인덱스자 1(주식)종류A가 13.4% 수익을 냈다. 미국의 대체 에너지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다. 키움퓨처에너지 1[주식]A1과 산은S&P글로벌클린에너지자[주식]C 1은 각각 11.9%, 10.4% 수익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만들어진 녹색성장펀드도 선방
착한 펀드라는 별명이 붙은 또 다른 상품으로 녹색성장펀드가 있다. 국내에서 14개 펀드가 운용되고 있는데 올해 평균 수익률은 6.2%다. 한 개를 제외하고는 전부 플러스 수익을 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정부가 국가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증권사에서 하나 둘 내놓았던 이른바 정책 테마 펀드다. 환경 친화적 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대체 에너지, 저탄소 배출, 고효율 장비와 관련된 기업에 투자한다.
하이셰일가스포커스자 1[주식]A가 올해 13.6% 수익을 내 성과가 가장 좋았다. 맥쿼리그린포커스 1(주식)종류A도 10.2%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형주 일색…설정액은 계속 줄어
수익률은 좋아졌지만 '착한 펀드'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일반 주식형 펀드와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SRI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자산 운용사의 펀드 매니저는 "SRI펀드 수익률은 대형주 주가 흐름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면서 "올해 대다수 펀드가 플러스 수익을 내고 있는데 특출나게 운용을 잘한 경우도 있겠지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주가가 지난해 부진했다가 올 들어 상승하기 시작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운용 철학이 뚜렷하지 않고 대형주 주가에 연동돼 수익률이 출렁이다 보니 상품 자체에 대한 매력을 못 느껴 환매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SRI펀드의 설정액은 2011년 말 기준으로 2조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7000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녹색성장펀드는 1500억원에서 700억원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