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금융정책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다. 임 후보자는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사전 답변에서 가계부채 구조개선, 금융위의 기존 정책을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대부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 과감한 금융규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 "무리한 부채 총량 축소는 경제에 악영향…저금리 불가피"

임 후보자는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문제와 관련해 무리하게 부채 총량을 감축하는 방식의 정책을 펴지 않겠다고 밝혔다. 임 후보자는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다소 빠르고 여전히 변동금리·일시상환 대출 비중이 높다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어 지속적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도 "무리하게 부채를 축소할 경우 오히려 어려움이 더 커질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에 금융당국이 추진한 가계부채 구조개선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꼽히는 저금리 기조와 LTV·DTI 완화에 대해선 '불가피한 조치'라며 옹호했다. 임 후보자는 "저금리 기조는 주요국의 경쟁적 금리인하 추세, 국내경기 회복세 지연 등에 기인하는 점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기업의 자금조달, 이자부담 경감 등을 통해 실물 경기에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금융규제인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와 관련해선 "업권과 지역별 규제 차익을 해소하고,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함으로써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긍정 평가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

◆ "과감한 규제개혁 추진…금산분리 원칙은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

임 후보자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라면서 "경제와 금융이 1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체감도 높고 속도감 있는 규제 개혁을 적극 추진할 것"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규제의 큰 틀을 전환하고 경제와 금융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체감도 높고 속도감 있는 규제개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임 후보자는 농협지주회장을 맡고 있던 지난달 3일 범금융 대토론회에서 '빨간딱지'로 상징되는 금융규제를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핀테크, 인터넷 전문은행 육성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금산분리 및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사금고화 등 산업자본의 은행지배 폐해 방지를 위한 제도"라며 "입법취지와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할 때 기본원칙은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인터넷 은행과 관련해선 "실익(實益)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 줄세우기'라는 비판을 받은 은행 혁신성 평가에 대해서도 "은행 혁신성 평가, 민원발생 평가 등은 금융권의 자발적인 변화와 혁신 노력을 유도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며 "운영과정을 진지하게 평가하고 현장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필요하다면 제도 보완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피력했다.

◆ "우리은행 매각·저축銀 고금리 개선 등 현안 주력"

임 후보자는 우리은행 지분 매각이 네 차례 무산된 것과 관련해 "우리은행 매각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빠른 민영화,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이라는 대원칙하에서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며 "다양한 매각방식을 검토 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저축은행이 30%대 고금리 개인신용대출 상품을 취급하는데 대해 "채무상환 능력에 기반해 합리적인 금리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중금리(10%대) 대출 상품을 확대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행복기금 규모를 늘려 전 국민적 부채탕감 정책을 실시하자는 야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성실한 채무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 고의적인 상환 거부와 같이 도덕적 해이가 우려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한편 임 후보자는 농협지주회장 경력과 "지난 1년반 금융현장의 경험은 공직생활을 통해서는 알기 어려운 생생한 것들"이라며 "금융행정은 반드시 현장에 기초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농협이 개인정보 유출 건과 KT ENS 부실 대출에 연루된 것에 대해선 "지주 회장 취임 전의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