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경기 용인 보정에 있는 이마트몰 물류센터. 2층에 들어서자 가로 100m, 세로 20m, 높이 11m 규모 '셔틀랙'이 눈에 들어왔다. 한쪽 공간을 가득 채운 채 천장과 맞닿아 있는 이 설비는 2만5000 여개 품목을 자동으로 입출고하는 장치다. 좌우 16개 라인, 21층 규모 설비에서는 납작한 상자 모양의 로봇 셔틀 168개가 레일을 따라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품목별로 분류된 상자를 분주히 넣고 빼고 있었다.

안철민 센터장은 "로봇 셔틀이 상자의 바코드에 입력된 제품명, 유통기한과 수량 등 정보를 읽어 자동으로 입출고를 한다"며 "주문이 들어오면 분당 200m 속도로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에 옮겨져 트럭에 실리는데 향후 최대 1만건까지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 보정에 있는 이마트몰 물류센터에서 주문 상품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온라인 주문 급증으로 이곳 물류센터의 하루 처리 건수는 작년 6월 평균 3500여 건에서 올 들어 6000~7000건으로 급증했다.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있는 롯데슈퍼 프레시센터에서 직원들이 주문 상품을 트럭에 싣고 있다. 이곳은 강남구·서초구 일대에서 들어오는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물류 기지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물류·배송 시스템 구축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신세계가 온라인 쇼핑몰인 이마트몰 전용 물류센터를 작년 6월부터 가동한 데 이어 롯데그룹·GS샵·이베이코리아·쿠팡 등 대형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물류·배송시스템 강화에 나섰다. 온라인 쇼핑이 대중화되면서 물류·배송 부문이 유통업체의 핵심 경쟁력이 됐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상품을 찾아가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얼마나 상품이 소비자를 잘 찾아가느냐가 경쟁력을 가른다"고 말한다.

불붙는 물류센터 증설 경쟁

롯데그룹은 작년 12월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롯데칠성부지에서 롯데슈퍼 프레시센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구·서초구 일대에서 들어오는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이곳은 롯데그룹의 신(新) 유통 테스트베드. '구글익스프레스' '아마존프레시' 같은 신선식품 중심의 신개념 근(近)거리 배송 시스템을 시험하는 곳이다. 이병희 롯데정책본부 상무는 "이제 우리의 경쟁자는 국내 업체가 아니라 구글아마존이라는 신동빈 회장의 생각이 반영된 곳"이라며 "올해 말까지 김포에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1위인 롯데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다른 기업들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는 보정센터의 성공을 발판으로 두 배 규모인 1600억원을 들여 경기 김포에 2호 센터를 짓고 있으며, 서울 강동 지역에서도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부지 선정을 진행 중이다.

'모바일 퍼스트'를 강조해온 GS샵은 작년 4월부터 TV홈쇼핑 상품과 별개로 모바일 상품만을 취급하는 전용 물류센터를 마련했다. 오픈마켓의 대표 주자인 G마켓·옥션(이베이코리아)도 작년 12월 경기 용인에 자체 물류센터를 만들고, 각기 다른 판매자의 상품을 묶어 배송하는 '스마트 배송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충헌 이베이코리아 이사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량 상품을 묶어 배송하는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물류·배송 시스템에서 유통 기업 勝負 갈린다

유통업체들이 외주업체에 맡겼던 과거와 달리, 자체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앞으로 유통업계의 승부가 이 분야에서 결정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 확대에 따라 소비자와 유통업체가 만나는 접점(接點)이 매장 직원에서 배송기사로 바뀌면서 물류·배송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물류·배송 경쟁력이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3월 당일 또는 익일 배송 보장제인 '로켓배송', 정직원이 직접 배송하는 '쿠팡맨' 서비스를 도입하며 성장을 지속, 각축을 벌이던 티켓몬스터·위메이크프라이스를 제치고 지난해 4분기부터 독보적인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정현정 쿠팡 실장은 "빠르고 세심한 배송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실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유통업체의 물류기업화(化)는 앞으로 더 촉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온라인 쇼핑이 확대되면서 이제는 물류를 빼놓고 유통업을 얘기하기 어렵게 됐다"며 "유통업체의 물류기업화뿐 아니라 앞으로는 외국처럼 물류회사가 유통회사를 인수해 사업을 확대하는 경우도 속속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