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8시 30분. 기획재정부는 출입기자단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1시간 후 예정에 없던 경제정책국장의 브리핑을 열겠다고 알려왔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과 관련해 설명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산업활동동향은 고용동향, 소비자물가동향과 함께 현재 우리 거시경제 상황을 알려주는 3대 거시지표 중 하나다. 이날 발표를 보면 지난 1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대비 3.4% 줄어들며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을 보였고, 소비와 투자도 모두 감소했다. 이찬우 경제정책국장은 브리핑에서 "1월의 광공업생산 부진은 일시적인 요인"이라며 평소보다 빠른 목소리로 경제를 걱정스럽게 보는 기자들을 안심시켰다.
이 국장이 거시지표와 관련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한 것은 올해만 두 번째로, 지난해에는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 지난달에는 1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 증가폭이 20개월만에 가장 적은 것으로 나오자, 긴급히 브리핑을 열고 "취업자 증가폭 감소는 일시적인 일"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최근 들어 기재부의 주요 업무는 정책 생산보다는 정책 해명으로 보일 정도다. 지난주 기재부는 총 20개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는데, 이 중 11개가 언론이 보도한 기사에 대해 해명하는 내용의 보도 해명자료였다. 이 해명자료들은 대부분 기재부 세제실에서 발표한 연말정산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세제실은 최근 연말정산 종합대책단까지 만들어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모니터링하고 해명자료를 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재부가 정책생산보다 해명에 열심인 배경에는 청와대가 있다. 가뜩이나 대통령 지지율이 나쁜 상황에서 경제가 안 좋다, 세금이 늘어난다 등 안 좋은 기사가 나가면 바로 청와대에서 설명하라는 요구가 내려온다고 한다. 얼마 전 기재부는 과장급 정기 인사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홍보담당관 자리에 이전과 달리 고참 과장을 앉혔다. 직책도 홍보담당관에서 부대변인으로 바꿀 계획이다.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현황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것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알려지지 않으면 없는 것과 같고,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미 떨어진 생산지표나 고용지표는 오르지 않고, 세금을 더 거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좋은 정책을 만들어 경제가 살아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홍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