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검정'이냐, '흰색·금색'이냐.

8만원짜리 드레스 사진 한 장이 세계인을 둘로 나눴다. 사진 속 드레스가 사람에 따라 다른 색(色)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3~4일간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 급속하게 확산된 이 사진을 놓고 사람들은 서로 엇갈린 주장을 펼쳤다.

이 소동은 지난 26일(현지 시각) 영국 가수 케이틀린 맥닐이 SNS '텀블러'에 드레스 사진을 올리고 "무슨 색으로 보이느냐"고 묻는 것에서 출발했다. 이 사진이 페이스북·트위터 등을 타고 전 세계로 퍼졌고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사람들의 대답은 두 가지로 갈렸다. 어떤 사람들은 "파란 바탕에 검정 줄무늬"라고 답했고, 다른 사람들은 "흰색 바탕에 금색 줄무늬"로 봤다.

원래 맥닐이 찍어 올린 것은 파란 바탕에 검은 줄무늬 드레스였다. 하지만 인터넷 뉴스 서비스 버즈피드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2%는 '흰색·금색 드레스', 28%는 '파랑·검정 드레스'라고 답했다. 드레스의 색을 실제와 다르게 본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과학자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유력한 설명은 사람마다 색을 인식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효율적인 정보 처리를 위해 색을 받아들일 때 보정(補正)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조명이 밝은 백화점에서 밝은 빨간색으로 보였던 드레스는 집 안의 어두운 조명에서는 검붉은색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그 옷을 구입한 사람이 당초의 빨간색이 변색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같은 빨간색이라고 인식한다. 뇌는 눈에 보이는 색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주변의 조명과 그림자 등의 영향을 뺀 원래의 색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뇌는 주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으면 색을 잘못 인식하기도 한다. 논란이 된 드레스 사진은 어떤 장소에서 어떤 조명으로 찍혔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 이 경우 보는 사람에 따라 뇌가 원래 색을 찾는 조건이 달라지면서, 실제 색도 다르게 보이게 된다.

우선 드레스가 어두운 실내에서 촬영됐다고 판단한 사람은 사진 속 드레스가 흰색 바탕에 금색 줄무늬로 보인다. 드레스의 파란색과 검은 줄무늬를 그림자나 조명 때문에 왜곡된 색이라고 여기고, 원래 색은 흰색과 금색이었다고 바꿔서 믿기 때문이다. 반대로 드레스가 조명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고 판단한 사람은 원래 색인 파란 바탕에 검정 줄무늬 그대로 드레스 사진을 보게 된다.

사람마다 색을 인식하는 '원추세포(圓錐細胞)' 수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원추세포는 빨간색·초록색·파란색을 각기 감지하는데, 이 중 파란색을 감지하는 세포가 가장 적다. 이 때문에 파란색은 흰색으로 오인하기 쉽다. 경희사이버대 정지훈 교수(모바일융합학과)는 "드레스 사진을 파란색으로 보는 사람은 파란색 원추세포가 더 많고 민감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 사진은 착시(錯視)의 모든 조건을 갖춘 흥미로운 사례"라고 말했다. 색맹(色盲)은 특정 원추세포가 아예 없는 경우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