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원이 넘는 결제성 예금을 둘러싼 '통장 전쟁'의 막이 올랐다. 내년 1월 계좌이동제 도입을 앞두고 우리은행이 주거래 고객의 범위와 혜택을 대폭 늘리는 등 선제 공격에 나섰다.
계좌이동제가 실시되면 고객이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바꿀 경우 기존 계좌에 연결된 카드 대금이나 각종 공과금 자동 이체 등이 일괄적으로 이전된다. 지금처럼 고객이 일일이 계좌번호 변경을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져 주거래은행을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권의 치열한 고객 쟁탈전은 불가피하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10일 계좌이동제의 대응책으로 '주거래 고객 패키지 상품'을 선보인다. 주거래 고객 선정 기준을 크게 낮추는 동시에 신용대출 우대, 카드포인트 지급 등 혜택을 크게 늘렸다. 일부 은행이 계좌이동제에 대비해 장기 고객 확보를 위한 일부 상품을 내놓은 적은 있지만 주거래 고객 제도를 뜯어고치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소액 고객들을 외면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소액 고객들이 은행 경쟁력의 바탕인 저원가성 예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예금 금액이 소액이라 혜택은 미미했다. 은행들이 장기 고객 확보 보다는 신규 고객 유치에 영업력을 쏟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계좌이동제 도입을 앞두고 장기 고객 이탈 방지가 은행권의 최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 급여·공과금만 이체해도 주거래 고객…신용대출·포인트 캐시백 등 무더기 혜택
현재 우리은행의 주거래 고객은 4등급으로 분류된다. 가장 낮은 등급의 '패밀리 등급'이 되려면 1000점을 쌓아야 한다. 금리가 낮은 수시입출식 예금으로만 '패밀리 등급'이 되려면 3개월간 1000만원을 맡겨 둬야한다. 우리은행에서 급여 이체를 받더라도 130점 밖에 받지 못한다. ★표 참조
하지만 이달 10일부터는 ①급여나 연금 등 가계수입 이체 ②아파트 관리비, 통신비 등 각종 공과금 자동이체 ③ 우리카드의 대금 결제계좌 등 세 가지 중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된다. 지금은 예금도 부지런히하고 대출도 받고 신용카드까지 열심히 긁어야 주거래 고객에 포함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소액 단골 고객들도 주거래 고객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주거래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우리주거래 예금통장, 우리주거래 카드, 신용대출 등 크게 세가지다. 주거래 고객 계좌는 '우리주거래 예금통장'으로 분류된다. 최소 10회까지 ATM(현금입출금기) 수수료, 타행 이체 수수료 등을 감면받는다. 수수료 감면 혜택은 그 달에 다 쓰지 못하더라도 무제한으로 누적된다.
지금은 신용대출이 어려운 주부들도 주거래 고객이 되면 5~8%대 금리로 300만~500만원 한도 내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주거래 고객 직장인들의 신용등급 금리는 3% 후반대에서 5%대 정도다. 제 때 돈을 갚으면 6개월마다 대출 한도가 100만원씩 늘어나고 각종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거래 고객은 '우리주거래 카드'를 만들 수 있다. 연간 600만원을 쓰면 3만 포인트를 되돌려주고 병원·택시·주유소·학원·면세점 등 생활밀착업종에서 1.5%포인트를 적립해준다. 결제 전용 신용카드 중에서는 적립률이 높은 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주거래 패키지는 우리은행을 믿고 거래해준 고객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한 상품"이라며 "앞으로 주거래 고객 확보를 위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