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숫자놀음입니다. 정부, 기업, 가계는 숫자에 기초해 의사 결정을 내리지요. 감사보고서, 감정평가서, 기업 신용등급, 한국은행 통계, 기업 자산평가 등은 전문가의 가공을 통해 탄생한 숫자의 집합체입니다.
GDP 성장률, 이자율, 실업률이 경제 나침반 수준이라면 이들 5개 자료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입니다. 누구나 정답이라고 믿고 의지하는 숫자죠.
이 숫자들이 신뢰를 잃으면 어떻게 될까요. 믿을 수(數)가 없는 한국경제는 투자자들의 외면 밖에 남는 게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점차 신뢰를 잃어가는 '숫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방안도 마련해봤습니다.
① 회계사도 못 믿는 감사보고서
감사보고서는 주주가 회사의 경영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기초 자료입니다. 감사보고서의 신뢰성 훼손은 기업과 산업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조선비즈는 경력 10년 이하 회계사 290명을 대상으로 외부감사 시스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지요. 외부감사인인 회계사들이 본인 스스로 감사보고서를 신뢰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믿을 數 없는 한국경제]① 회계사 290명 설문 "비정상적 관행, 내가 작성한 것도 못믿는다" <2014년 2월 21일>
② 없던 소나무도 만들어낸 감정평가서
공정성, 객관성이 생명인 부동산 감정평가제도의 신뢰에 금이 가고 있습니다.
조선비즈가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총 53명의 감평사가 뇌물공여, 명의신탁, 사기죄 등 각종 경제 범죄에 휘말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련기사
[믿을 數 없는 한국경제]② 허위 감정평가서, 없던 소나무도 만들어낸다 <2014년 2월 26일>
③ 무조건 'OK', 신용평가서
국내 신평사들은 업체 실적이나 재무상태를 과대평가 합니다. 이 때문에 '신용등급 인플레이션'이 심각하지요. 한 학교 전교생이 전교 1등인 상황과 비슷합니다. 신평사가 평가대상 업체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 탓이 큽니다.
☞관련기사
[믿을 數 없는 한국경제]③ "신호등 모두 초록색인 격" 신용평가 인플레이션 심각<2014년 2월 28일>
④ 손발 안 맞는 한은·통계청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동일 지표에서 엇갈린 통계치를 내놓고 있습니다. 두 기관이 발표하는 통계치는 경제정책 수립과 투자의사결정에 기초가 되는 지표인만큼 일관성이 있어야 하지요.
경제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은 엇갈린 메시지 탓에 경기 판단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관련기사
[믿을 數 없는 한국경제]④ 한은·통계청 엇박자 통계…뭘 믿어야 할지<2014년 3월 6일>
⑤ 고객 입맛대로 맞춰주는 자산평가
국내 회계법인의 자산평가 보고서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습니다. 회계법인이 기업 요구에 맞춰 자산을 평가하는 관행 탓이지요.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은 회계법인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도장 장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고 한탄하기도 합니다.
☞관련기사
[믿을 數 없는 한국경제]⑤ 기업 입맛 짜맞추기 실사…회계사들 "도장 장사꾼으로 전락" <2014년 3월 14일>
⑥'수' 투명성 확보해야
전문가들은 숫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전담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믿을 '수'가 없으면 경제 성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숫자를 다루는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시죠.
☞관련기사
[믿을 數 없는 한국경제]⑥ "'數' 전담기구 만들어야"<2014년 3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