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대출업체 8퍼센트 사이트가 다시 열렸다.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은 8퍼센트에 "베타 서비스만 진행하고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면 영업을 재개해도 된다"고 밝혔고 8퍼센트는 지난 25일 홈페이지를 다시 열었다. 8퍼센트는 대부업 미등록으로 인해 지난달말 폐쇄됐었다.
P2P대출(Peer-to-Peer Lending)이란 은행 등의 금융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것을 말한다.
◆ 어정쩡한 상태로 사이트 재개된 8퍼센트…이용실적은 계속 늘어
8퍼센트는 지난 25일 밤 수제맥주 전문업체 더부쓰㈜의 대출을 집행했다. 5000만원 모집이었는데 밤 사이 조달이 완료됐다. 26일에는 사이트 폐쇄 전에 대출이 이뤄졌던 제1회, 2회, 7회 대출자가 투자금 일부를 상환했다. 더부쓰는 8번째 대출자다.
베타서비스 상태인데도 계속해서 이용실적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초기 모집 금액은 백만원 단위였지만 현재는 5000만원까지 늘었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이용자수도 폐쇄 전과 비교해 10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 "당국 빠른 시일내 P2P 대출 입장 밝혀야"…8퍼센트 여전히 불법 상태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조속한 시일 내에 8퍼센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계속 대출 실적이 쌓일텐데 나중에는 조치를 취할래야 취할 수 없게 된다"면서 "합법화할 것이라면 어떻게 해서 합법화할 것인지도 빨리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5000만원씩 100건만 집행되면 50억원에 이른다"면서 "그때가 되면 어떻게 하기도 어렵게 될텐데 당국이 어떤 입장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8퍼센트가 대부업 등록을 마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법 상태다. 투자자들이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8퍼센트가 영업을 재개한 것은 핀테크에 대한 규제완화 흐름을 거스르면 안된다는 부담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금감원 실무진은 폐쇄조치 이후 정부로부터 강도 높은 문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감원은 "베타서비스만 하겠다면 사이트를 풀어주겠다"고 입장을 밝히기에 이른다.
명확한 입장이 빨리 정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금감원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정책 방향이 정해져야 우리도 확실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P2P대출은 생각해볼 문제가 너무 많아 짧은 시일 내에 결론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 일단 투자조합 설립해 불법요소 해소할듯…불충분한 방식이란 지적도
당초 금융위는 국회 계류 상태인 크라우드펀딩법이 통과된다면 이와 연계시켜 8퍼센트를 합법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다른 방식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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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P2P대출 사업모델, 미국형 채권 발행 형태로합법화 검토
최근 금감원은 8퍼센트에 인터넷 대부업체인 머니옥션, 팝펀딩의 사업 구조를 전달했다. 8퍼센트 스스로 이를 보고 합법화를 추진하라는 것이다. 8퍼센트는 이 가운데 머니옥션 방식을 채택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부업체와 플랫폼회사를 나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해소하고 투자자들이 P2P중개업체와 상법상 익명조합계약을 체결하는 식으로 불법 요소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조합계약이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의 영업을 위해 출자하고 그 영업으로 인한 이익을 분배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이다(상법 제78조). 투자자는 직접 대출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이 또한 법적 문제를 완벽히 해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변호사들의 의견이다. 현재 머니옥션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머니옥션 역시 법적으로 완벽한 모델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금융위의 입장이다. 한 변호사는 "꼼꼼히 따져보면 이 모델 또한 법적으로 걸리는 것이 없지 않다"면서 "추후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