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을 돕는 '디지털 지팡이'와 촉각(觸覺) 터치패드, 스마트폰으로 백내장을 진단하는 앱(응용프로그램), 의심 부위를 20배 확대해 보여주는 저가형 피부병 진단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26일 빈부(貧富) 격차를 줄이고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꼽은 '10대 유망기술'이다. 여기에는 현재 쓰이는 기술도 있고 개발이 진행 중인 장치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의료서비스 격차 줄인다

이 중에서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스마트폰 의사(醫師)' 분야의 기술 개발이 가장 활발하다. 영국 런던 열대의학 전문대학원에서 개발한 '피크비전(Peek Vision)'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눈에 갖다 대서 시력을 검사하고 백내장 같은 안(眼)질환도 진단하는 앱이다. 독일 의료기업 포토파인더도 스마트폰에 장착하는 '핸디스코프'를 개발했다. 두 제품은 고가(高價)의 전문 의료기기가 부족한 아프리카 등에서 현지인들의 건강관리에 이바지하고 있다.

장애인과 소외계층을 보듬는 따뜻한 정보기술(IT) 개발이 활발하다. 위 사진은 스마트폰을 눈에 가져다 대면 시력 측정과 백내장 검사를 해주는 '피크비전'. 아래 사진은 주변 진동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전력 생산 장치(왼쪽), 요리 시 발생하는 열로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장치(오른쪽).

스마트폰은 가속도계·나침반 등 다양한 센서를 탑재한 데다 측정 수치를 실시간 전송할 수도 있어 질병 진단에 최적화된 기기로 평가된다. 따라서 수많은 정보기술(IT)·의료 업체들이 관련 기술을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일본 후지쯔는 카메라로 얼굴 색깔을 촬영해 맥박수를 측정하는 기기를, 미국 셀스코프는 스마트폰에 부착할 수 있는 귀 감염 검사기기를 개발했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폰에 심박수 측정 기능을 추가했다. 또 다른 의료기술인 '바이오 스탬프(인체부착형 센서)'는 사람의 피부에 붙이는 정밀 센서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개발한 전자피부가 대표적 제품이다. 이 초소형 전자회로는 피부에 붙이면 체온·뇌파·심장박동 등을 측정한다. 늘리거나 휘고 비틀어도 기능에 전혀 손상이 없다. 측정 결과를 곧바로 스마트폰으로 전송할 수도 있다. 미국 벤처기업 MC10도 반창고나 스티커처럼 몸에 착 붙일 수 있는 바이오스탬프를 만들었다.

시각장애인도 디지털 지팡이로 위치 파악

시각장애인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기술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촉각 터치패드는 태블릿PC나 모니터에 나타난 물건이나 사람을 만지면 실제로 만지는 것 같은 촉감을 느끼게 해주는 장치다. 진동, 표면 거칠기는 물론이고 차갑고 뜨거운 정도 등 다양한 촉감을 전기 흐름으로 표현한다. '디지털 지팡이'는 근거리 무선통신 기기인 '비콘'을 이용한다. 이 기기는 건물 내외부에 설치된 비콘에서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에 지팡이를 짚고만 있어도 자신의 위치와 주위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문자를 못 읽는 장애인을 위해 음성으로 정보를 들려줄 수도 있다.

'라이파이(Li-Fi)'는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이용한 초고속 무선통신 기술이다. LED 조명 속에 들어 있는 반도체는 빛의 파장을 미세하게 조절하면서 사용자의 스마트폰 등 무선기기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LED 조명만 있으면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공(公共)장소의 와이파이(무선랜) 설비를 대체할 기술로 관심을 끈다.

버려지는 에너지에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자가(自家) 발전기기도 나온다. 요리 과정에서 나오는 열이나 공장 기계의 진동에너지 등을 이용하는 장치다. 입고만 있어도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옷, 배터리 교체가 필요없는 인공 장기(臟器)를 만들 수 있다. 이 밖에 학생의 능력과 특성에 따라 교육 내용과 수준이 저절로 바뀌는 '인공지능 선생님', 단열재(斷熱材) 사이를 진공으로 만들어 냉난방 효율을 극대화하는 '진공단열', 빅데이터를 이용해 개인에게 적합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 큐레이션' 등도 10대 기술에 포함됐다.

KISTEP 최문정 미래예측본부장은 "인류 모두를 위한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서 앞으로 사회 격차와 불평등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