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사(KIC)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다음 주쯤 발의될 전망이다. 여야는 KIC 폐지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IC는 외화보유액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2005년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2013년 취임한 안홍철 KIC 사장의 막말 파문 때문에 야당이 안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는데 안 사장이 계속 버티자 KIC 폐지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 野 "KIC 폐지, 與野 공감대 이뤄"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등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한국투자공사법 폐지 법률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법안 발의 시점은 2월 임시국회가 끝나기 직전인 3월 첫째 주가 될 전망이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윤호중 새정치연합 의원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늦어도 다음 주 중 폐지 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설치법이 있으니 관련 법을 폐기하면 KIC도 당연히 폐지된다"고 밝혔다.

KIC 폐지 법안에는 KIC의 설립 근거인 '한국투자공사법'을 백지화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는 2004년 당시 KIC 설립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투자공사법을 특별법으로 제정했다.

야당은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도 KIC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여야 공동으로 법안을 발의한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윤 의원은 "(여당 소속인) 정희수 기재위원장도 KIC 폐지가 타당하다고 언급하는 등 양당에서 (KIC 폐지에) 공감대를 이룬 만큼 여당에 법안 제출을 공동으로 하자고 제안할 생각"이라며 "우리 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에게도 서명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희수 기재위원장이 띄우고 유승민 대표가 쐐기 박아

KIC 폐지는 야당이 아닌 여당이 먼저 언급하며 정치 쟁잼화됐다. 특히 정희수 기재위원장이 KIC 폐지를 언급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3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KIC 업무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유감스럽다"며 "KIC 위탁자금 회수와 폐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야당 기재위 소속 의원들은 그동안 안홍철 KIC 사장이 고(故) 노무현 대통령 등에게 막말 수준의 비난을 한 사실이 드러나자 안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기재위의 모든 일정을 전면 보이콧 해왔다.

파행이 길어지자 최근 새롭게 취임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KIC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재위가 KIC 문제를 너무 오래 끌고 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며 "기재위 의원들이 분명히 해법을 제시해달라"고 주문했다.

◆ 안홍철 사퇴 압박용? 강석훈 "아직 본격적으로 상의 안 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당의 KIC 폐지 법안 발의 움직임은 안 사장의 자진 사퇴를 노리는 압박용 카드로 분석한다. 윤호중 의원은 "안 사장 거취 문제가 KIC 폐지 문제와 100% 연계된 건 아니지만, (KIC 폐지) 논란을 증폭시킨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여야 간사가 안 사장의 거취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는데 합의했지만, KIC 존폐 문제는 (합의사항이) 아니다"라면서 "아직 본격적으로 (여야가) 상의한 적 없다. 지금까지 KIC가 해 온 역할을 어떻게 평가할지 향후 역할 설정을 어떻게 할지 다양한 부분을 놓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