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중국 화웨이(華爲)의 궈핑(郭平·사진·49) CEO(최고경영자)가 "한국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연내에 삼성전자 갤럭시S, 애플 아이폰에 뒤지지 않는 하이엔드(최고급) 스마트폰을 내놓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궈 CEO는 최근 본지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사업과 한국 시장 전략과 관련해 공격적인 입장을 밝혔다.

화웨이는 작년 9월 3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 'X3'를 한국 시장에 출시했다. 이 제품은 중국 업체가 한국에 정식 출시한 첫 스마트폰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5개월간 판매량이 3만5000대에 그쳐 한국 시장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LG 제품의 점유율이 압도적이어서 '외산(外産)폰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X3의 부진에 대해 궈 CEO는 "우리 제품이 제한된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X3가 이동통신 시장 3위 업체 LG유플러스와 알뜰폰 업체 미디어로그를 통해서만 판매 중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궈핑 CEO는 25년 전 무명의 벤처기업이던 화웨이에 입사해 런정페이(任正非·71) 창업자와 함께 화웨이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런정페이 회장은 현재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상태며, 최고경영진 3명이 6개월씩 돌아가면서 CEO를 맡아 화웨이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궈 CEO는 "지금 당장은 한국에서의 생존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화웨이의 간판 제품인 'P7'과 '메이트7'도 조만간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P7의 글로벌 평균 출고가는 40만원대 초반, 메이트7은 저장용량에 따라 70만~80만원 정도다. 궈핑 CEO는 "P7은 출시 6개월 만에 400만대를 판매했고, 메이트7은 일부 국가에서 판매량이 애플을 앞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진출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궈 CEO는 "우리는 2001년부터 글로벌 주요 ICT(정보통신기술) 업체들과 수십건의 '크로스 라이선스(특허 공동사용)' 계약을 맺었다"며 "매년 3억달러(약 3300억원) 이상을 특허 사용료로 내고 있어 해외 진출에 걸림돌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애플 따라 하기'로 유명한 샤오미가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가 특허침해 논란에 휩싸인 점을 지적한 것이다. 화웨이는 3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모바일 전시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5'에 대규모 전시관을 설치해 선진국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화웨이는 지난 10년간 R&D(연구개발)에 1880억위안(약 33조원)을 쏟아 부었다. 궈핑 CEO는 "2017년까지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 개발에도 6억달러(약 66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당장 얼마를 남길 수 있을지보다는 먼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