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마사요시·사진) 소프트뱅크 회장의 전 세계 이동통신 1위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2013년 인수한 미국 3위 이동통신사 스프린트가 4위인 T모바일에 거의 따라잡혔기 때문이다.
21일(현지 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스프린트 가입자는 5590만명(20 14년 말 기준)이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늘어난 가입자는 96만7000명에 그쳤다. 반면 4위 통신사였던 T모바일은 같은 기간에 가입자를 210만명이나 늘리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총 가입자도 5500만명을 확보, 스프린트의 턱밑까지 올라왔다. 이런 추세라면 올 1분기에는 역전도 가능할 전망이다.
손 회장은 스프린트를 인수한 뒤 곧바로 T모바일 인수를 추진했다. 3·4위 회사를 합쳐 미국 시장 1등을 노린다는 야망이었다. T모바일과는 인수 가격에 대한 합의를 마치고 공식 발표까지 했다. 하지만 손 회장의 원대한 구상은 미국 정부에 발목이 잡혔다.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법무부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이들의 합병을 허용하지 않을 뜻을 비쳤다.
손 회장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T모바일 인수 의사를 접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스프린트가 부진한 실적을 올리고 T모바일이 성장을 계속할 경우에는 인수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줄기차게 M&A(인수합병)를 통해 세력을 불려온 손 회장의 구상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손 회장이 T모바일을 인수했다면 일본 소프트뱅크 모바일, 미국 스프린트 등을 합쳐 중국 차이나모바일을 제치고 글로벌 최대 이동통신사로 도약할 수 있었다. 미국의 대규모 휴대전화 유통사 브라이트스타도 갖고 있어 스마트폰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싼값에 받거나, 더 빨리 신제품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동통신 업계를 쥐락펴락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승부사' 손정의 회장이 인도 등 신흥 시장과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어 조만간 새로운 대규모 딜(거래)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