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036570)경영권 분쟁에 또 한 명의 '게임왕'이 등장했다. 바로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이다. 그가 이끄는 넷마블은 엔씨소프트 자사주를 3900억원에 사들여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의 든든한 '백기사(白騎士)'로 떠올랐다.
17일 엔씨소프트-넷마블 기자 간담회에서 방 의장은 "넷마블은 (여기 모인 기자들이 생각하는) 수년 전 넷마블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로 옆에 앉은 김택진 사장이 가끔 상기된 표정을 짓는 것과는 달리 방 의장은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과 엔씨소프트 경영 개입을 천명한 김정주 넥슨 사장이 각각 하드코어 온라인 게임과 캐주얼 게임 분야 게임왕이라면, 방준혁 의장은 웹보드 게임왕이다.
방 의장은 2000년 게임포털 '넷마블'을 창업해 게임업계에 발을 디뎠다.
넷마블은 자유로운 분위기의 보통 게임업체와는 달리 엄숙한 사무 분위기로 유명했다. 당시 삼성동 넷마블 사무실에는 '절대정숙' '업무집중'이라는 표어를 곳곳에 써놓았다. 창업 3년 만에 넷마블은 김범수 현 다음카카오 의장이 만든 게임포털 한게임을 위협하는 '빅3'에 올랐다.
2004년 방 의장은 CJ그룹에 넷마블 지분 상당량을 넘기는 깜짝 딜을 성사시킨다. 단칸방에 어렵게 살던 그가 현금 800억원을 손에 쥔 순간이었다. 그는 늘 '부자'가 꿈이었다고 했다.
방 의장은 넷마블을 CJ그룹에 매각한 이후 10년간 공식 석상에 등장하지 않았다. 게임과 상관없는 새로운 일도 벌였다. 커피체인점 '할리스' 지분을 인수했다가 매각하기도 했다.
그가 게임 업계로 돌아온 것은 2011년 6월. 위기에 빠진 CJ E&M 게임 부문의 '구원투수' 역할로 직함은 고문이었다.
방 의장이 복귀한 지 5개월이 지났을 때 CJ가 투자한 게임 개발회사의 지주회사인 CJ게임즈가 출범했다. 방 의장이 남아있던 CJ E&M 지분 등을 모조리 처분해 CJ게임즈에 투자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CJ게임즈 최대 주주에 올라선 방 의장은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사업을 개편했다. 한발 앞선 투자는 '몬스터 길들이기' '모두의 마블' 등 모바일 게임의 대흥행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지난해 3월에는 중국 최대 인터넷 업체 텐센트가 CJ게임즈에 5300억원을 투자하기에 이르렀다.
그즈음 CJ그룹은 CJE&M의 게임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CJ게임즈와 합병시켰다. CJ게임즈는 사명을 넷마블게임즈로 바꿨다. 방 의장이 CJ그룹에 넷마블을 매각한 이후 10여년만에 다시 넷마블의 경영권까지 확보하게 된 것이었다.
방 의장은 왜 김택진 사장의 백기사가 됐을까. 게임업계에서는 방 사장과 넥슨의 악연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2011년 방 의장이 CJ E&M 복귀했을 때, CJ E&M은 1인칭 슈팅 게임 '서든어택' 운영권을 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넥슨이 서든어택 개발업체 게임하이(현 넥슨지티)를 인수하면서 서든어택 운영권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매출의 20%를 차지한 서든어택 운영권을 뺏긴 CJE&M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이번 원조 게임왕의 등장을 두고 방준혁 의장이 일종의 설욕전을 치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텐센트가 1조 9000억원 가치로 투자했던 것보다 이번 거래로 넷마블 기업 가치가 약 2배 가량 높아졌다는 것을 감안해 계산하면, 넷마블게임즈 최대주주인 방 의장의 지분 가치(지분율 35.88%)는 1조원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