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를 투자 활성화와 內需 확대의 기회로

저유가의 대표적인 수혜 기업인 국내 항공사들은 올해 채용 인원을 작년보다 늘리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승무원을 각각 전년 대비 50%와 30%씩 늘려 뽑는다. 신형 비행기 도입과 노선 확충도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인 3조원을 투자해 항공기 25대를 도입하고, 대한항공은 1조6000억원을 들여 항공기 5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항공사들이 이번 저유가 시기를 항공과 여행 사업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이다.

홍준희 가천대 교수는 "기업은 저유가로 생산 원가가 낮아져 이익을 더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니 지금이야말로 투자에 나설 최적기"라며 "정부도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뿌리 뽑으면 그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참에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내수 서비스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여기에는 연간 방문객 숫자가 600만명을 넘어선 중국인 관광객도 큰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정유·화학 재편하라

9명의 전문가들은 "저유가를 활용해 우리의 취약해진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뤄뒀던 저효율 설비에 대한 구조조정도 과감하게 단행해야 한다"면서 "대표적으로 정유·화학을 고부가가치 품목 중심으로 고도화하는 게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유·화학은 우리나라 수출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중동 기업들의 급성장으로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한국 정유·화학산업의 최대 수출 시장이던 중국은 최근 5년간 석유 소비 증가율(30%) 이상으로 생산 시설을 증설(33%)하면서 2013년부터 석유 제품 수출국으로 변신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수출 비중이 70%가 넘던 업체 중에는 싱가포르 중개무역상에게 덤핑으로 물량을 넘기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화학산업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공격적으로 해외 자원 개발하라

저유가로 자원 개발의 열기가 시들해진 지금 해외 자원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남미 페루 아마존 정글 한복판에서 파낸 유정(油井)에서 하루 6600배럴의 석유와 LNG(액화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SK의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지난해 4000억원의 이익을 낸 효자(孝子) 분야다. 이항수 전무는 "올해도 해외 자원 개발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남중국해에 2개의 광구(鑛區) 계약을 체결했고, 미국 오클라호마·텍사스주 등에서 자원 개발 투자를 결정한 게 그 사례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우리는 늘 유가가 비쌀 때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서 가격이 떨어지면 내다 팔았지만 원자재 값이 떨어진 지금이야말로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설 적기(適期)"라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몇 년 뒤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新산업을 키우자

저유가 시대에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태양광 렌털사업 같은 에너지 신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졌을 때 투자하면 경쟁국보다 앞설 수 있다는 논리이다. 에너지 신산업은 신기술이나 IT를 활용해 에너지 영역에서 새로 창출한 비즈니스를 말한다. 정부는 이 분야에서 6개 사업을 발굴·육성해 2017년까지 국내 관련 시장을 2조800억원 규모로 키우고 1만2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아직 에너지 자립도가 3% 정도"라며 "미래를 위한 필수 산업인 에너지 신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설문에 응한 전문가 명단 (가나다순)

김정수 베인&컴퍼니 파트너, 김형건 강원대 교수, 김희집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손양훈 인천대 교수,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 윤원철 한양대 교수,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정용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성봉 숭실대 교수,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 허은녕 서울대 교수, 홍준희 가천대 교수 등 15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