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져 있습니다. 지난 9일 주가가 장중 4만3250원으로 최근 1년 새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작년 11월 재경본부장이던 '재무통' 박한우 사장이 대표이사가 됐지만, 그때부터 최근까지 약 100일간 주가는 10% 가까이 더 하락했습니다.

박 사장 취임 후 기아차는 주가 부양을 위해 약 2200억원어치의 자사주도 매입했고, 작년보다 40% 이상 배당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하지만 주가를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란 반응이 더 많습니다.

시장에서는 최근 기아차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우선 구조적으로 기아차는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전체 판매량 중 자동차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가 넘습니다. 현대차(25%)보다 더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 작년의 경우 사상 처음 글로벌 판매 300만대 돌파 기록을 세웠는데도 환율 탓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 떨어지면서 수익성은 더 나빠졌습니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현대차의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는 차별도 겪고 있습니다. 올 초 현대차는 '엑센트' 'i30' 등 중소형 디젤차에 새로 개발한 7단 DCT(더블 클러치 변속기)를 달아 연비를 높였습니다. DCT는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의 장점을 결합한 신형 변속기입니다. 하지만 기아차는 이 기술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 현대차가 신기술을 적용한 신차를 팔고, 그 다음에 기아차가 이 기술을 사용하는 '형님 먼저' 문화 때문이죠.

전문가들은 올해가 기아차의 고비라고 말합니다. 기아차는 6월과 12월 주력 상품인 중형 세단 'K5'와 준대형 'K7' 완전 변경 신차를 출시합니다. K5와 K7은 2009년 기아차가 차별화를 통해 시장에 안착하는 계기가 된 제품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두 신차를 앞세웠는데도 반등에 실패하면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지, 현대차 아래의 하위 브랜드에 머물지는 올해 얼마나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느냐에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