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누리텔레콤의 지난해 수출액은 120억원으로 2013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유·무선 통신을 이용해 전기 사용량을 원격 측정하고 전력 수요·공급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지능형 전력 계량기. 유럽과 동남아시아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경쟁사들과 달리 아프리카를 집중 공략한 게 주효했다.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지만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점을 주목한 것이다. 올해 초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93억원 상당을 수주하며 이미 지난해 연간 수출 실적을 넘어섰다. 최은정 부장은 "아프리카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중남미·중동·유럽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경기 침체와 저유가 여파로 정유·조선 등 대기업 주력 산업이 고전을 하고 있는 가운데 벤처기업들이 수출 전선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1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기업의 전체 수출액은 167억300만달러(약 18조4000억원)로 2013년보다 9.6% 증가했다. 국내 전체 기업 수출액 증가율의 4배에 달한다.

전체 기업 수출액 증가율의 4배

벤처기업들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은 중국이다. 지난해 벤처기업들의 중국 수출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다. LCD 장비업체 위지트의 지난해 수출이 85% 늘어난 것도 중국 매출 덕분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LCD 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올해도 중국의 LCD 장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현지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벤처기업들은 베트남·인도·대만·멕시코 등 신흥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경쟁 업체들이 꺼리는 지역에 과감히 진출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인터넷장비 업체인 다산네트웍스는 작년 베트남에서만 300억원 규모의 인터넷 장비를 납품하며 수출 규모가 2013년에 비해 30%가량 늘어났다. 올해는 미국 대표적인 통신업체인 스프린트에 장비 공급 계약을 추진하는 한편, 폴란드·중동 등 신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산네트웍스 관계자는 "올해는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수출로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 4.5%로 대기업보다 높아

벤처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수출 다변화 전략이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93개 벤처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비율은 4.5%로 대기업 평균 1.4%보다도 훨씬 높다. 이 기업들이 수출하는 대상 국가도 평균 31개국이며 100개국 이상에 수출하는 기업도 많이 있다. 제현정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력을 갖춘 국내 벤처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최근 꾸준히 강화되는 추세"라며 "특히 올해부터 본격화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수혜는 대기업보다 벤처기업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