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있는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생산 라인. 미세한 분말 수십 가지를 혼합해 표면에 얇게 코팅한 필름이 컨베이어 벨트로 옮겨지고 있었다. 이 필름을 여러 겹으로 말아 고강도 알루미늄 캔에 담으면 전기자동차의 심장(心臟)인 배터리가 만들어진다.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인 2차전지(충전해서 다시 쓸 수 있는 배터리) 제조 공정은 좀처럼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다. 특히 융합로에서 연료전지에 들어갈 미세 분말을 섞는 공정은 절대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중대형 전지기술팀 박소영 책임은 "전문가들은 원료 물질을 배합하는 탱크와 파이프의 연결 상태만 봐도 우리가 어떤 방식을 쓰는지 알 수 있다"며 "일본의 선발 업체들을 따돌리고 우리 힘으로 독자 개발한 공법이기 때문에 보안(保安)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電氣車의 심장을 만드는 공장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활물질 분체(紛體) 가공, 전극판 제조 및 셀 조립, 전해액 충전 등 복잡한 공정을 거쳐 충전과 방전이 가능한 배터리로 만들어진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전량(全量) 전기 자동차용(用)이며 하루 생산량만 자동차 수백대분에 달한다.
이곳은 10년 전만 해도 브라운관 등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공장이었다. 지금은 브라운관은 완전히 정리하고 친(親)환경 전기차용 배터리를 주력으로 제조하고 있다. 이날 생산된 제품은 올해 국내에 처음 시판되는 BMW의 최신형 전기차 i8 모델에 전량 납품된다.
직원들은 공장 마당이나 인근 지역에서 시험용 BMW i3 전기차를 타고 다녔다. i3에 들어간 시간당 60암페어(Ah)급 배터리는 세계 최대 용량. 역시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60Ah급 배터리 셀 96개가 들어갔고 완전 충전 상태에서 132㎞를 주행할 수 있었다. 자동차 조수석의 문을 닫자 '스르륵' 하는 느낌이 드는가 하더니 차가 움직이고 있었다.
◇배터리로 움직이는 세상이 온다
앞으로 세상은 배터리가 움직이게 된다. ICT(정보통신기술)의 확대, 웨어러블(착용형) 스마트 기기의 보급 등으로 인해 2차전지는 첨단 기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삼성SDI가 차세대 먹거리로 구부러지는 배터리 〈사진〉 등 신제품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다.
삼성SDI는 일본 산요·파나소닉 등 선발업체가 만든 휴대폰용 2차전지가 간혹 폭발 사고를 일으킬 때도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 당시 IT·모바일 기기의 확산으로 배터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초기 배터리 업체들은 크고 작은 사고(事故)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이는 후발 주자인 삼성SDI엔 기회이기도 했다. 이 회사 김성배 제조팀장은 "휴대폰과 자동차용 전지에 이어 최근엔 신체 탈부착형 제품까지 등장하면서 배터리는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휴대폰용 2차전지에서 큰 사고를 겪지 않은 결과 그보다 더 큰 제품인 자동차용 배터리 수주에선 꽤 유리한 입장이다. 현재는 BMW,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굴지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에 들어가는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뿐 아니라 ESS(에너지저장시스템)용 보조 배터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삼성SDI는 전체 매출의 16%를 차지하는 자동차 전지와 ESS 등 비(非)IT 부문의 매출 비중을 2020년 72%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중대형전지 마케팅팀장을 맡고 있는 김정욱 전무는 "모든 것이 모바일·스마트화하는 세상에서 2차전지는 세상을 움직이는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