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컴투스 등 국내 대표 게임 기업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게임에 대한 각종 규제와 세월호 사고, 내수(內需) 불황 등 악재가 겹친 한 해였음에도 호(好)실적을 거둔 것이다. 이런 실적은 두 기업 모두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 이상 해외시장을 개척해온 덕분으로 평가된다.

PC용 온라인 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엔씨소프트는 작년 매출 8387억원, 영업이익 2782억원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전년 대비 각각 11%, 36% 증가한 수치다. 매출과 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엔씨는 개발 기간 수년에 수백억원을 쏟아붓는 대작(大作) 위주 게임을 출시한다. 통상적으로 매출의 60%는 국내에서, 40%는 해외에서 거둔다. 작년에는 새로운 대작 게임은 없었지만 기존 게임 리니지·리니지2와 아이온·블레이드앤소울 등이 국내에서 안정적 매출을 냈다. 해외 매출도 34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엔씨는 2000년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한 이후 유럽·중국·일본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특히 북미(北美) 법인은 매년 300억~800억원 적자를 내왔지만 2012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2012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게임 '길드워2'가 현지에서 큰 반응을 얻은 덕분이다. 북미·유럽 시장은 작년 1484억원 매출로 한국(4988억원)에 이은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2013년 말 중국에 출시한 블레이드앤소울 역시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1300억원대의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윤진원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적자를 감수해가면서 10년 넘게 해외에 투자해온 것이 이제 하나둘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게임 시장의 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빠르게 변하고 있고, 엔씨소프트가 최대 주주인 넥슨과 벌이고 있는 경영권 분쟁 등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엔씨소프트의 윤재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1일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에 참여해 어떤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우리도 궁금하다"며 "넥슨과 과거 몇 차례 협업했지만 양사의 문화와 가치 차이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모바일 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컴투스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도 '글로벌'의 힘 덕분이다. 이 회사는 작년 매출 2347억원, 영업이익 101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188%, 1209% 증가했다. 2003년부터 해외시장에 도전해온 컴투스는 작년 매출의 73%를 해외에서 올렸다.

작년에 글로벌 시장에 내놓은 신작 '서머너즈워' '낚시의 신' 등 모바일 게임이 잇따라 대박 수준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130여국에서 서비스 중인 서머너즈워는 구글의 앱 장터 '구글플레이' 매출 기준으로 미국·중국·홍콩·프랑스·한국 등 54개국에서 10위권에 올랐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84개 국가에서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등 전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다. 누적 다운로드는 3000만건을 넘어섰고,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올린다. '낚시의 신' 역시 매출의 90% 이상이 북미·유럽·동남아 등 외국에서 발생한다.

컴투스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내수 중심인 게임 플랫폼 '카카오톡 게임하기'에는 거의 입점(入店)하지 않았다. 대신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게임을 전 세계시장에 출시했다. 서머너즈워는 외국인도 원활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영어·중국어·일본어를 비롯해 러시아어·스페인어·독일어 등 10개 언어를 지원하고 있다. 게임 소재도 전 세계에서 고루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낚시·골프 등을 선정한다. 유영진 전략홍보팀장은 "과거 피처폰 시절부터 세계시장에 진출해서 얻은 노하우와 전략이 계속 축적되면서 컴투스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층이 두꺼워졌다"고 설명했다.

컴투스는 올해는 매출 3989억원, 영업이익 1571억원을 달성한다는 공격적 목표를 제시했다. 이용국 컴투스 부사장은 "해외 법인과 지사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다양한 신작을 출시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게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