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在美) 한국인 과학자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인간형 소방 로봇이 처음으로 화재 진압에 성공했다. 미 해군 연구국은 6일 "버지니아공대의 군함용 소방 로봇 사파이어(SAFFi R)가 실제 군함에서 화재를 진압하는 시험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사파이어는 키 178㎝에 몸무게 63㎏의 인간형 로봇이다. 2011년부터 데니스 홍(44·한국명 홍원서·사진) 당시 버지니아공대 교수가 미 해군의 지원을 받아 개발했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 사파이어는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시의 항구에 정박한 퇴역 상륙함 섀드웰호(號) 안에서 호스를 잡고 물을 뿜어 불을 끄는 데 성공했다.

사파이어는 균형을 잡는 능력이 있어 흔들리는 군함 안에서 두 발로 걸어 다니고, 계단도 문제없이 올라간다. 열(熱)감지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연기에 가려 앞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이 난 곳을 찾고, 레이저 센서로 주변 물체와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해군 연구국은 "앞으로 사파이어의 지능을 높이고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연구를 지원하겠다"며 "장기적으로 화재 진압뿐 아니라 군함 내부의 결함 부위를 찾는 기능까지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수 센서를 장착해 군함 내부를 돌아다니며 사람이 알 수 없는 부식(腐蝕)이나 누수(漏水) 부위를 찾아내는 식이다.

홍 교수는 지난해 버지니아공대에서 UCLA로 자리를 옮겨 이번 실험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최근 사파이어의 개량형인 토르(THOR)를 개발해 지난해 미 국방부 '로봇 공학 챌린지(DRC)' 예선을 통과했다. 당시 로봇에게 주어진 과제는 원전(原電)이나 화학공장처럼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사고 현장에 들어가 유해물질이 새는 밸브를 잠그고 소방호스로 불을 끄는 것이었다. 오는 6월 열리는 본선에는 KAIST 오준호 교수의 휴보(HUBO)도 참가한다.

세계 최초의 인간형 소방 로봇 사파이어(왼쪽). 키 178㎝에 몸무게 63㎏으로 사람과 흡사하다. 최근 미 해군의 퇴역 군함에서 열린 첫 화재 진압 시험에서 소방호스로 물줄기를 뿜어 불을 끄는 데 성공했다(오른쪽).

데니스 홍 교수는 고려대 기계공학과를 다니다 미국으로 유학 가 퍼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시각장애인용 자율 주행 자동차를 선보였는데, 당시 워싱턴포스트지는 이를 두고 "달 착륙에 버금가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GM 젊은 과학자상' '미 국립과학재단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