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태평로에 있는 신한은행 본점 전경.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이 2013년말 경남기업의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경남기업은 전액 자본잠식이라 감자(減資)와 출자전환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후 신한은행은 감자를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금감원과 신한은행이 경남기업의 워크아웃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했는지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워크아웃 승인 당시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국회의원으로 금감원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금감원 등에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은행이 처음에는 감자를 주장했다’는 사실은 감사원의 감사에서 중요한 근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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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은행 “정상적으로 평가하면 경남기업 전액 자본잠식…감자ㆍ출자전환 불가피”

9일 감사원과 금감원, 신한은행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경남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자 안진회계법인에 실사(實査)를 맡겼고 안진회계법인은 초안 보고서에서 “경남기업은 자본잠식이 없다”고 적었다.

신한은행은 안진회계법인의 보고서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판단했다. 신한은행은 “안진회계법인이 경남기업의 베트남 자산을 너무 후하게 평가했다. 정상적으로 평가하면 경남기업은 전액 자본잠식이고 다른 채권단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감자와 출자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만들어 금감원에 제출했다.

이후 안진회계법인은 ‘경남기업은 개별기준으로는 자본잠식 30%, 연결기준으로는 자본잠식 66%’라고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 신한은행에 제출했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감자를 하지 않고 출자전환만 했다.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21.52%였던 성완종 회장의 지분율은 이후 9.5%로 낮아졌다. 주식 수는 340만1336주로 변동이 없다.

보통 기업 구조조정에서 출자전환을 할 때는 대주주의 책임을 묻기 위해 감자를 한 후 출자전환을 한다. 감자는 기존주주의 주식 수를 줄이는 것이다. 출자전환은 채권단의 대출을 기업의 주식으로 바꾸는 것으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을 떨어뜨리지만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이기 때문에 지원으로 볼 수 있다.

감사원은 채권단이 감자를 하지 않아 손해를 봤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해 3월 18일 경남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남기업 주식 2000만주를 액면가인 주당 5000원에 샀는데 당시 종가는 4395원이었다.

한 관계자는 “감자 없이 출자전환을 하면 채권단이 시세보다 비싸게 주식을 매입하는 결과가 돼 손해를 보게 된다”며 “대주주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서 감자를 안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 채권단, 주식우선매수청구권도 부여…다른 기업 구조조정에 비하면 특혜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감사원은 성완종 회장이 워크아웃 과정에서 사재 출연이나 감자와 같은 ‘희생’이 없었는데 주식우선매수청구권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들여다 보고 있다.

신한은행 등 채권단은 나중에 경남기업이 정상화되면 채권단이 보유한 경남기업 주식을 성 회장이 가장 먼저 살 수 있도록 했다. 채권단은 통상 주식우선매수청구권을 협상 카드로 쥐고 대주주의 사재 출연 등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동부제철의 구조조정이 전형적인 사례다. 그러나 경남기업에 대해선 별다른 요구사항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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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김준기 회장 희생없으면 동부제철 우선매수권 못 준다"<2014.09.23>

채권단은 감자와 출자전환을 거치면 해당 기업의 주식을 50% 이상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 주식우선매수청구권을 누구에게 주느냐에 따라 기존 대주주는 회사를 잃을 수도 있고 다시 되찾을 수도 있다. 채권단이 주식우선매수청구권을 제3자에게 주면 기존 대주주는 사실상 회사를 잃게 된다.

채권단은 경남기업에 총 6300억원을 지원했지만 성 회장은 출자전환으로 경남기업 지분율이 낮아진 것 외에 별다른 손해를 보지 않았다. 반면 현재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7개 건설사 중 금호산업은 대주주 100대 1 차등감자와 함께 3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고 삼호는 최대주주 5대 1, 일반주주 2대1의 감자를 진행했다. 채권단으로부터 1246억원을 지원 받은 동문건설도 대주주가 474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은 “현재 감사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