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2009년 지주사 전환 이후 5년여 만에 또다시 구조조정에 나섰다.
5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최근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등 주력 계열사의 인력 감축을 잇따라 진행하고 부진한 사업부문에 대해서는 외부 컨설팅을 실시하는 등 그룹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일부 해외 생산 법인은 매물(賣物)로도 내놨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이 지주사 전환 이후 전(全) 계열사에 대해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2000년대 이후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주류 등 소비재 중심에서 중공업 기업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인 인프라(infra·기반시설) 투자 감소로 중공업 등 주력 업종의 부진이 이어지자 다시 수술 메스를 들이대는 것이다.
◇전(全) 계열사로 퍼지는 구조조정
두산그룹은 지난해 두산중공업 200여명, ㈜두산 100여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지난달 말부터 이달 말까지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해서도 100명 규모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대상은 나이와 직급에 관계없이 연구·개발(R&D) 인력을 포함한 국내 사무직 3200명 전체다. 희망퇴직자에게는 근무 경력에 따라 최대 2년치의 연봉이 위로금으로 지급된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끝나고 나면 두산엔진· 두산건설 등도 희망퇴직을 실시할 계획이다.
두산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두산건설과 두산엔진의 재무 컨설팅을 외부 기관에 의뢰했다. 두산건설의 경우 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이 알짜인 기자재 부문을 넘겨줘 추가적인 실적 악화는 면했으나,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건설과 두산엔진은 컨설팅 결과에 따라 대규모 재편 작업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룹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두산중공업도 구조 개편에 나섰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왔던 루마니아 현지 생산 법인 두산IMGB를 매물로 내놓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중국 시장이 주춤하자 중국 쑤저우(蘇州) 굴착기 생산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이곳을 부품 물류 센터로 전환했다.
◇불황형 수익구조…미래 성장성 의문
4·5일 잇따라 공개된 주요 계열사의 작년 실적도 미래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우선 대표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수주 부진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2013년보다 모두 감소했고, 순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2011년까지 연간 10조원이 넘던 수주 건수도 2012년부터 5조~7조원대로 급감했으며, 작년 12월 신용등급도 한 단계 하향 조정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미국의 건설장비 제조 자(子)회사 밥캣의 실적 개선으로 영업이익은 20%가량 늘어났지만 매출은 소폭 감소했다.
두산건설도 두산중공업으로부터 기자재 사업부문을 넘겨받고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급한 불은 껐으나 건설 경기가 나빠지면 언제든지 다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윤관철 B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그룹의 재무적 아킬레스건은 두산건설"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두산건설에 대한 지원은 계속되고 있으며 두산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두산그룹을 이끄는 3·4세 오너 경영진의 경영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오너 3세인 박용만 그룹 회장, 오너 4세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등이 주요 계열사를 나눠 맡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산 주요 계열사의 주가가 최근 3년간 급격히 하락한 것은 시장에서 두산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글로벌 경기 불황 탓에 실적이 단기간에 급격히 호전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