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원 전경.

감사원이 경남기업의 워크아웃과 관련해 금융감독원과 경남기업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 등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5일 확인됐다.

감사원은 금감원과 신한은행에 감사관을 보내 최근 현장조사를 마치고, 경남기업의 워크아웃이 규정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된 것인지 여부를 조사한 다음 오는 4월에 최종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감사원이 특정 기업의 워크아웃과 관련해 금감원과 채권단을 감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이번 감사 결과가 앞으로 부실기업 처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 대상은 중견 건설사인 경남기업이 2013년 10월 세 번째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신청하고 승인받은 과정이다.

경남기업은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8월에 워크아웃에 처음으로 들어가 2002년 12월에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이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에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가 2011년 5월에 워크아웃을 마쳤다.

하지만 경남기업은 두번째 워크아웃을 졸업한지 2년5개월만인 2013년 10월에 세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신한은행으로부터 이례적으로 승인을 따내 건설업계에서 화제를 모았었다.

2011년부터 최근까지 LIG건설, 동양건설산업, 임광토건, 벽산건설, 우림건설, 월드건설, 삼환기업, 풍림산업 등 경영부실 건설사들은 채권단과 갈등을 빚거나 채권단의 지원을 받지 못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경남기업이 세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했을 당시 여신 업무를 담당했던 한 채권은행의 부행장은 “경남기업이 워크아웃을 졸업한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했기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법정관리로 보내는 것보다 워크아웃이 낫다고 판단해 워크아웃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경남기업 워크아웃에 대한 감사 포인트는 워크아웃 당시 다른 건설사 구조조정과 달리 채권단의 출자전환 전에 감자(減資)를 하지 않았고, 또 경남기업의 대주주인 성완종 회장(전 19대 국회의원)이 대주주 자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21.52%였던 성완종 회장의 지분율은 이후 9.5%로 줄었다. 주식 수는 340만1336주로 변동이 없다.

워크아웃은 재무구조개선작업을 뜻하는 것으로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승인할 때 출자전환을 하면 보통 감자를 하고 대주주 지위를 박탈하는 등 기존 경영구조를 바꾸는 게 일반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사원은 경남기업의 워크아웃 과정이 일반적인 건설사의 워크아웃 과정과 달랐다고 보는 것 같다”며 “워크아웃 과정에서 누군가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봤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19대 충남 서산-태안 지역구에서 당선돼 금감원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에서 활동하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지난 2014년 6월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경남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2013년 10월에는 국회의원직에 있었다.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있는 신한은행 본점 전경.

이 같은 감사원의 의혹에 대해 금감원과 신한은행 등 채권단은 경남기업의 워크아웃 과정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통상 출자전환을 할 때 감자를 하는 게 맞지만 경남기업은 당시 자본금 잠식이 없었기 때문에 끝까지 감자를 주장하기가 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출자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율이 절반 수준으로 확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신한은행 관계자는 “경남기업의 회장이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에 한치의 의혹이 없도록 다른 기업들보다 더 엄격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며 “경남기업은 실사 결과 계속 기업가치가 더 높게 나왔기 때문에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감원도 “경남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문제될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남기업도 워크아웃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성완종 회장은 “은행에서는 (경남기업이) 금감원에 압력을 넣어서 (워크아웃을) 한 거 아니냐고 얘기한다는데 57개 채권단 중 90%가 동의해서 워크아웃이 됐다”며 “그 많은 기관에 압력을 넣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성 회장은 또 “당시 경남기업은 감자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룰(규정)에 의해서 (감자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우리는 출자전환에 반대했지만 채권단이 밀어 붙여서 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감사원은 작년말 진행한 금감원 기관운영감사 결과를 올 4월쯤 공개할 때 경남기업과 관련한 내용도 함께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