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경기침체 속에서 움츠러들었던 경기민감주에 본격적인 봄 기운이 도는 것인가.
국내외 경기 상황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정유와 조선, 화학, 건설 등의 업종이 최근 크게 오르고 있다. 이 업종들은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유가 급락, 내수 부진 등으로 인해 줄곧 약세를 보였지만, 올 들어 최근 한 달 동안은 강력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 경기민감주들이 오랜 부진을 딛고 최근 치솟고 있는 데 대해 금융시장에서는 유럽의 대규모 양적 완화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과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 그리고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 등이 맞물려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정유·화학·조선 강세
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72포인트(0.04%)가 하락했지만, 정유 업종의 S-Oil은 전날보다 5.48%(3300원) 오른 6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한 달간 상승률은 31.61%에 이른다. 또다른 대형 정유주인 SK이노베이션도 한 달간 22.56% 상승했고, GS도 8.44% 올랐다.
정유주들이 최근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은 국제유가가 조금씩 반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배럴당 100달러선을 유지하다 올 초 배럴당 40달러 초반까지 꺾였던 유가는 최근 며칠간 오르고 있다. 지난달 13일 배럴당 46.59달러를 기록했던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2일 54.75달러에 마감, 15일 만에 17.5% 상승했다. 배럴당 44.45달러까지 떨어졌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도 최근 4일 연속 올랐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반등하자 지난해 공매도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주식을 다시 저가에 사들이는 '숏커버링'에 나서면서 정유주들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2일 유럽중앙은행(ECB)이 매달 600억유로(약 75조5340억원) 규모의 국채 매입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유럽계 자금이 주로 투자하는 화학과 조선 업종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한 달간 각각 19.2%, 14.47% 올랐고,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크게 꺾였던 현대중공업도 12.5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대책에 건설주도 상승
최근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과 함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주요 건설주들도 강세다. 대우건설은 최근 한 달간 20.86% 올랐고, GS건설도 같은 기간 19.63% 상승했다. 국내 주택분양 사업의 비중이 큰 현대산업개발도 11.18% 올랐다.
지난해 말 민간 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 등의 내용을 담은 '부동산 3법(法)'이 국회에서 통과된 데 이어 정부가 대기업의 주택임대 시장 참여를 허용하는 등 추가 대책도 발표하면서 주요 건설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6580건으로 2006년 이후 1월 거래량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주택 매매시장도 다소 온기가 돌고 있다.
◇경기민감주 조정 가능성도
금융시장에서는 경기민감주의 강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ECB의 양적 완화가 3월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이달부터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른 경기민감주들이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유럽과 중국 등 주요 지역의 제조업, 소비지표가 여전히 부진한 데다,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들도 개선 흐름이 꺾이고 있다"며 "실적 개선이 증명되지 못한 채 막연한 경기회복 기대감과 외국인 투자자 유입 가능성에 따라 강세를 보인 종목들은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