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경래씨는 요즘 출퇴근 길에 스마트폰을 이용해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인기 미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편성표에 따라 방송되는 TV가 아닌 한 통신사의 VOD(주문형 비디오) 전용 서비스에 가입해 자투리 시간에 드라마를 보고 있다. 그는 "출퇴근 시간이 불규칙해 정해진 시간에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VOD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무선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즐기는 시청자들이 크게 늘었다. 이동통신 3사와 케이블TV업계가 제공하는 모바일IPTV(인터넷TV)의 유·무료 가입자는 벌써 2000만명(중복 가입 포함)을 넘었다. 모바일로 보는 TV는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이 제공하는 올레tv모바일, Btv모바일, 유플러스HDTV를 비롯해 SK플래닛의 호핀, CJ헬로비전의 티빙(tving), 현대HCN의 에브리온TV 등이 있다. SK텔레콤은 LTE(4세대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 매월 일정액의 무료 콘텐츠를 제공하는 'T프리미엄'을 서비스하고 있다. 지상파 3사도 지상파 콘텐츠를 모아 푹(pooq)이란 다시 보기 서비스를 하고 있다.

손안의 TV, 끼워 팔기 상품에서 진짜 서비스로

국내 LTE 가입자는 작년 12월 기준 3600만명을 넘어섰다.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로 인해 동영상을 끊김 없이 즐기는 것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3G(3세대) 이동통신에서 LTE로 넘어오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달에 358분에서 459분으로 100분 이상 동영상을 보는 시간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초창기 모바일IPTV는 이동통신 결합 상품으로 나왔다. 하지만 최근 모바일로 TV를 보는 시청 행태가 점점 확대되면서 이통사들은 유료 가입자를 확대하고 있다. 다양한 정액제 상품이 등장했고, 데이터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압축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유료 가입자 240만명을 확보한 Btv모바일은 모두 5가지의 월정액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유료 가입자 130만명(무료 330만명)인 올레tv 모바일은 80여개의 실시간 채널과 7만여편의 VOD를 제공하고 있다.

유료 가입자 180만명(무료 520만명)인 유플러스HDTV는 실시간 TV를 보다가 두 시간 이내에서 되돌려 보기가 가능한 '타임머신' 기능, 중요 장면을 0.5배속으로 보는 '슬로모션' 등의 기술을 도입했다. 모바일IPTV를 집 안의 TV와 연결해 이어 보기를 할 수도 있다. 유료 55만명, 무료 600만명을 확보한 티빙은 스마트폰으로 TV를 보면서도 웹서핑이나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팝업 모드'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비싼 요금제에 가입할수록 매월 볼 수 있는 영화·음악·게임·만화 등의 종류가 많아지는 'T프리미엄 플러스'를 29일부터 선보였다. 예를 들어 월 5만2000원을 내는 LTE52 요금제 가입자는 매월 무료 영화 13편이 제공되는 '무비 플러스' 등 모두 6종류의 콘텐츠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KT는 모바일로 실시간 TV를 시청할 때 데이터를 74%까지 줄여주는 기술(ABC솔루션)을 최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세컨드 TV로 자리 잡아가는 중

모바일IPTV를 가족과 떨어져 혼자 보는 소위 '세컨드 TV'로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혼자 콘텐츠를 보기 원하는 성인들이나 1인 가구이용자들도 많다. 지난 연말 LG유플러스가 한 해 동안 모바일 IPTV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영화 VOD를 집계한 결과 '인간 중독'이나 '황제를 위하여' 등 성인용 영화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바일 동영상 데이터 소비량은 세계 최고(最高) 수준으로 나타났다. 시스코(Cisco)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모바일 영상 트래픽의 비중이 64%로 국제 평균 51%보다 훨씬 높았다. 시스코는 2017년이면 우리나라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의 74%가 모두 동영상 콘텐츠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