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KT렌탈의 매각 본입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IB업계에서는 KT렌탈의 매각금액 규모를 약 7000~8000억원대로 예상하지만, 경쟁사들간의 인수 의지가 뜨거워 1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KT렌탈은 현재 렌터카 시장점유율 26%를 차지하는 1위 업체다. 지난 2013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3.6% 늘어난데 이어 지난해 3분기 누적 이익도 전년동기대비 20% 넘게 증가하는 등 매년 실적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대기업과 사모투자펀드(PEF)는 물론 외국계 자본들도 인수에 총력을 쏟고 있다.

지난해 11월 예비입찰을 통해 선정돼 이번 본입찰에서 경쟁에 나설 후보는 총 9곳이다. 대기업에서는 SK네트웍스(001740)와 롯데, 효성(004800), 한국타이어가 참여하고 중견기업인 에스에프에이도 포함됐다. 사모투자펀드(PEF)에서 MBK파트너스와 IMM PE, 어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나선다. 이 밖에 일본계 금융사인 오릭스도 뛰어들었다.

당초 업계에서는 매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렌터카 시장에 관심이 많은 대기업 중 한 곳이 KT렌탈의 새 주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쓸만한 인수대상을 찾지 못해 '딜(deal)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PEF나 국내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오릭스가 거액을 투자해서라도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늘고 있다.

◆ SK네트웍스 독주에 '적색경보'…극적 뒤집기 가능성도

그 동안 M&A시장에서 KT렌탈 인수전의 최종 승자로 가장 유력하게 꼽힌 곳은 SK네트웍스였다. 국내 렌터카 시장에서 SK네트웍스는 현재 KT렌탈과 AJ렌터카, 현대캐피탈에 이어 4위에 머물고 있어 점유율 확대에 대한 의지가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 인수 참여업체들 가운데 자금동원 능력도 가장 앞선다는 평가가 많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10월 서울 대치동 신사옥을 매각해 3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해 둔 상황이다. IB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전이 더 높은 금액을 적어내는 '실탄전쟁' 양상을 보일 경우 SK네트웍스가 1조원이 넘는 입찰금액을 적어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업계에서는 SK네트웍스 외에도 한국타이어와 효성 등 다른 대기업 후보들 역시 렌터카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가 강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주력인 타이어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점차 한계에 부딪히고 있어 신성장 동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PEF인 한앤컴퍼니가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할 당시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조제품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한국타이어는 렌터카 시장 진출이 향후 자동차 관련산업에서의 입지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입찰금액 규모를 저울질하고 있다.

효성도 KT렌탈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효성은 주력사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룹의 신성장 산업으로 렌터카 시장을 꼽고 있다. 현재 하고 있는 수입차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단, 업계에서는 다른 대기업들에 비해 효성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다른 대기업 후보들이나 PEF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을 대상으로 컨소시어을 구성해 인수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 '딜 기근' 시달리는 PEF도 인수에 적극 나서

그러나 일부에서는 PEF가 의외의 '다크호스'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M&A시장에서 매력적인 인수대상 기업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 PEF들에게 매년 빠른 성장세와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KT렌탈은 가장 욕심나는 먹잇감 중 하나다.

IB업계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PEF보다는 대기업들이 다소 우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인수 뒤 재매각을 통해 차익을 얻으려는 PEF에 비해 렌터카 시장 진출로 성장동력을 발굴하려는 대기업들이 명분에서 앞서는데다, 자금동원 능력도 우위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MBK파트너스나 IMM, 외국계인 어퍼니티에쿼티 등도 만만찮은 자금력을 갖추고 있어 이들 중 어느 한 곳이 거액의 인수금액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PEF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한앤컴퍼니가 한국타이어와 손잡고 한라비스테온을 인수하는데 3조9000억원을 쏟아부었을 정도로 최근 자금력이 높은 PEF들은 '돈이 된다'고 여기는 기업을 인수하는데 적극 나서는 분위기"라며 "렌터카 시장에 관심이 있는 대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KT렌탈 인수에 나서는 PEF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오릭스, 韓-日 렌터카시장 석권 노려

오릭스 역시 의외의 강자로 꼽힌다. 오릭스는 현재 일본 렌터카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로, 만약 KT렌탈 인수에 성공할 경우 일본 사업에서의 노하우를 활용해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릭스는 이미 여러 회사들을 인수하며 국내 M&A 시장에서의 신흥 강자로 꼽히고 있다. OSB저축은행과 스마일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에는 현대그룹으로부터 국내 2위 물류업체인 현대로지스틱스의 경영권도 손에 넣었다. 현재 KT렌탈 외에도 현대증권인수전까지 뛰어든 상황이다.

오릭스는 이번 KT렌탈 인수전에서 롯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롯데와 오릭스의 컨소시엄 구성 논의는 없던 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에서는 오릭스가 일본계 자본이라는 걸림돌이 있고, 현대증권 인수 작업도 동시에 진행되면서 KT렌탈 인수에 주력하기가 어려워 다소 힘에 부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T렌탈 인수에 참여한 업체의 한 관계자는 "본입찰은 매각금액 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며 "오릭스가 국내 자본이나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고 단독으로 인수에 나선다면 다소 힘든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