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연이은 연말정산 관련 전산오류로 골치를 썩고 있다. 사진은 국세청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 사이트.

“이번달 내내 직원들 연말정산에만 매달렸는데, 다시 연말정산 문의가 밀려들고 있어요. 개인별로 잘못된 내역이 다르다 보니 일일이 전화로 응대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갑니다. 업무마비 수준이예요.”

국내 기업들이 연말정산 ‘후폭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지난주쯤 임직원의 연말정산 서류 접수를 마감했다. 하지만, 국세청과 신용카드사의 전산오류가 반복되면서 각 기업 경리·회계팀은 직원들의 연말정산 서류를 다시 받고, 새로 취합해야 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신용카드사의 전산오류로 연말정산 서류가 잘못된 인원은 약 290만명, 금액으로 약 1600억원이다.

대부분 대중교통·전통시장 사용 금액이 잘못 분류됐거나, 포인트 연계를 연계해 구매한 상품이 소득공제 대상에서 빠졌던 것이 뒤늦게 발견된 경우다. 휴대폰 번호를 바꾸면서 현금영수증 사용액이 공제대상에서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대규모 연말정산 오류 사태가 벌어지면서 대다수의 기업들이 연말정산 작업을 끝마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유력 카드사의 전산오류 발표가 알려지면서 “서류를 다시 내겠다”고 요청한 직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기업 A그룹 고위 관계자는 “법적으로 연말정산 금액을 2월 급여에 적용해야 하는데 국세청과 신용카드사의 전산오류로 연말정산 서류에 대한 확인 작업을 할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서류를 다시 내겠다고 하는 직원들이 많아 회계 담당 직원들의 업무가 대폭 가중된 상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실무를 맡고 있는 재무나 회계 부서 직원들은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다. 중견그룹인 B업체 재무팀 관계자는 “지난주 서류 접수를 마감했지만 27일 다시 직원들에게 반환했다”며 “직원들이 내역을 확인한 뒤 다시 제출하면 연말정산 작업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체 직원이 약 8000명 규모의 이 업체는 연말정산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자 아예 사내 게시판을 통해 ‘본인의 연말정산 내역을 재확인하고 서류를 제출해달라’는 내용을 공지했다.

연말정산 입력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기업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고가의 연말정산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해 일일이 숫자를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전체 직원이 300여명 수준인 중소업체 C기업 관계자는 “직원 1명의 연말정산 내역을 처리하는데 30분 이상 걸리기도 하는데, 올해 전산오류가 여러건 겹치면서 일이 두 세배 늘어난 상황”이라며 “2월 급여 처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