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에 국내 사모펀드(PEF)인 파인스트리트와 일본계 금융사 오릭스가 참여했다. 당초 관심을 보였던 중국 푸싱(復星)그룹이 손을 떼면서 한일 맞대결로 인수전이 진행될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은 조심스럽게 오릭스의 우세를 전망하고 있지만, 파인스트리트의 뒤집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앞서 푸른2저축은행과 스마일저축은행을 인수한 오릭스가 현대증권까지 인수한다면 국내 금융업계에서의 영향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 한일 2파전 양상
26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본입찰에서 파인스트리트와 오릭스가 참여했다. 당초 예비입찰에 중국 푸싱 그룹이 참여하면서 한중일 3파전이 예상됐었지만 이날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한일 맞대결로 경쟁 구도가 압축됐다.
중국 푸싱(復星)그룹이 본입찰에서는 발을 뺀 것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대한 부담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푸싱그룹은 제약·철강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 본토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증권업 운영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지난해 동양증권(구 동양종금증권)을 인수한 유안타 그룹의 경우 대만 1위 증권사라는 점 때문에 국내 금융감독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무사히 통과했지만, 증권업 경험이 없는 푸싱그룹의 경우 심사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기 때문이다.
2파전으로 경쟁구도가 압축된 가운데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들은 조심스럽게 오릭스의 우세를 전망하고 있다. 오릭스의 증권사 인수 의지가 강력하고, 현대증권의 2대 주주인 자베즈파트너스와 손을 잡았다는 것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자베즈파트너스는 현재 현대증권의 지분 9.54%(2257만7400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 지분을 유지하면서 오릭스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두 회사는 LIG손해보험공동 인수를 추진하면서 협력 관계를 다지기도 했다.
다만 파인스트리트의 뒤집기 가능성도 남아 있다. 리먼브라더스 부회장 출신인 조건호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현대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다 앞서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증권사 인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M&A 딜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어느 한쪽의 우세를 따지기는 쉽지 않다"며 "현대 그룹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게 매각의 목적인만큼 양측이 입찰가격을 어떻게 제시했느냐가 관건이다"라고 전했다.
◆ 오릭스 영향력 커지나
오릭스가 현대증권을 인수할 경우 국내 금융업계에서의 오릭스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시점에서 인수 가능성을 예상하는 것은 다소 이른감이 있지만, 저축은행 2개를 인수한 동력을 살려 증권업종에서도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증권업계에선 일본 최대 증권회사로 평가되는 노무라 증권, 일본계 증권사 중 국내에 최초로 진출한 다이와 증권 등이 영업을 하고 있다. 두 업체가 국내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계 증권사에 비해선 영향력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소 이른 전망이지만 오릭스가 국내 5대 증권사 중 하나로 꼽히는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단숨에 증권업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며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이르면 이달 중 우선협상자를 선정한 뒤 상반기 중 현대증권의 매각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2013년말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현대로지스틱스 매각(6000억원), LNG 사업부문 매각(9700억원), 부산신항 터미널 사업부문매각(1조2200억원),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1803억원) 등을 통해 현재 총 2조82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