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경환 부총리 초청 전국상의 회장단과의 정책 간담회 행사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최근 연말 정산과 관련된 증세 논란으로 연일 곤혹을 치르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았다. 최 부총리가 대한상의를 찾은 것은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경제 5단체장과의 회동 이후 두 번째다.

이날 최 부총리의 방문은 서울상공회의소 회장직을 겸하고 있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지역 상의 회장단과 정책간담회를 갖기 위해서였다. 박 회장을 비롯,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심경섭 한화 사장, 신박제 NPX반도체 회장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지역에서는 인천, 대구, 광주, 대전 등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 11명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는 경제계가 최 부총리로부터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듣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최 부총리 입장에선 경제 구조개혁에 대한 경제계 의견과 각종 건의사항을 듣겠다는 목적이 있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최 부총리는 “구조개혁과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사자’를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경제계 역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고용과 투자 활성화 등에서 팀플레이를 펼치겠다며 화답했다.

오후 12시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는 오찬을 겸해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박용만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최 부총리의 정부의 2015년 경제정책 방향 설명이 40분가량 이어졌다. 최 부총리는 이때 “재계가 올해 2월 졸업한 후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의 고용을 최대한 확대하고 올해 계획한 투자를 최대한 조기에 실행해달라”며 특별히 부탁했다.

이어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경제혁신 3개년계획 추진과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경제계 실천계획 및 정책제언문’을 발제했다. ▲사업재편지원법(일명 한국판 ‘원샷법’) 제정 ▲경쟁국수준 기업환경 개선 ▲지방기업 투자환경 정비 ▲기업 환류 세제 개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5가지 제안이 전달됐다.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경환 부총리 초청 전국상의 회장단과의 정책 간담회에서 박용만 회장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

공개 행사가 끝나자 시간은 오후 12시50분에 가까웠다. 최경환 부총리와 기업인들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불과 40분 남짓에 불과했다. 여기에 식사시간을 빼면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 정도였다. 한 사람이 1분씩 이야기하기에도 벅찬 시간이다.

복수의 행사 참석자 등에 따르면, 점심식사 후 최 부총리는 몇몇 지역 상의 회장들로부터 지역경제 현황 및 애로점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주로 문화재 보호 및 군사보호구역 관련 규제로 인한 애로사항에 대한 의견이었다. 대부분 대한상의 측이 준비한 회의 자료에 들어가 있던 내용이었다.

이날 회의를 위해 아침부터 서울행 기차를 타고 올라온 지역상의 회장들은 회의가 끝난 후 시무룩한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섰다.

지방 경제활성화를 위해 시급한 지방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이나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건설사 지원 대책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40분 가까이 이어진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부동산 정책은 ‘기업형 임대주택 등으로 주택 시장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회의를 마친 지역 상의 회장들은 하소연을 쏟아냈다. A지역 상의 회장은 “오늘 들은 것들은 모두 중앙(서울과 수도권 기업들)에 필요한 정책”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지역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 건설사에 대한 활성화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B지역 상의 회장은 “지역 균형 발전을 추진한다고 했는데, 최근 추세를 보면 수도권에 공장이 더 늘었다”면서 “지방 경제가 좋아지면 수도권 경제는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C지역 상의 회장은 “지금 지방의 투자 분위기는 급격하게 냉각되고 있다”면서 “규제 완화 정도로는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는 데 정부가 뭘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D지역 상의 회장은 “오늘 행사에 와서 이 정부가 정말 소통을 제대로 못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면서 “뉴스에 이미 다 나온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떠들고 나서 무슨 대화를 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경환 부총리 초청 전국상의 회장단과의 정책 간담회 행사 참석자들이 회의 자료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