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회사원 이모(40)씨는 방 3개짜리 전셋집을 찾기 위해 서울 성동구 행당동 일대 아파트를 샅샅이 돌아다녔다. 하지만 전세 매물이 워낙 귀한 데다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금이 뛰는 바람에 4억원대 전셋집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간신히 전세를 구하긴 했는데 선순위 대출 4800만원이 잡혀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주변에선 전세금과 대출을 합하면 집값인 4억6000만원에 육박하니 '깡통 전세'라며 위험하다고 말렸다. 하지만 날짜가 맞는 전셋집을 간신히 구한 건데 다시 전세 구하기 전쟁터에 뛰어들려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고민하던 이씨는 전세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보험 상품이 있다는 중개업자 말에 솔깃해졌다. 이씨는 "전세 계약 기간인 2년간 보험료 185만원을 내면 전세금을 보호받을 수 있는 전세 보험이 있다고 해서 일단 계약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세금이 매매가에 바짝 다가서는 전세 대란 속에 전세금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전세보험(전세금 반환보증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세보험이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받아야 할 임차보증금(전세금)을 보호받기 위해 세입자 스스로 가입하는 보증보험 상품을 말한다. 임대차 기간 중에 임차주택이 경매로 넘어가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거나 혹은 임대차 계약이 끝나서 세입자는 새집으로 이사 가야 하는데 집주인이 새로 세입자가 들어 와야 보증금을 반환해 줄 수 있다며 버티는 경우 보험사가 집주인 대신 임차인에게 임차보증금을 돌려준다. 보험사는 나중에 집주인에게서 보증금을 회수하게 된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저금리로 집주인들이 반전세·월세를 선호하다 보니 융자가 있는 악성 전세만 시장에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궁지에 몰린 세입자들이 악성 전세에 들어가면서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전세보험에 가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보험, 1년 만에 2조원대 시장으로 커져
현재 전세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곳은 SGI서울보증과 대한주택보증 등 2곳이다. SGI서울보증의 전세금보장 신용보험은 2010년 6900억원 수준이던 신규 가입 규모가 지난해 1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정부 산하 공기업인 대한주택보증은 2013년 9월부터 전세보험을 팔기 시작했는데, 지난해 5800여명이 가입하면서 가입 실적이 1조586억원에 달했다.
남상화 SGI서울보증 팀장은 "지난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가 대폭 완화된 데다 주택 가격 대비 전세금 비중이 70%를 넘어서는 지역들이 속출하면서 불안한 세입자들 사이에서 전세금 보증보험이 필수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은 70%를 기록했는데, 이는 1998년 12월 조사 이후 최고치였다. 강지현 하나은행 도곡PB센터장은 "2억짜리 전세에 들어가면 2년에 90만원가량 보험료를 내야 하지만, LTV(선순위 대출+전세보증금)가 70%가 넘는 융자 많은 집에 전세로 들어갈 땐 보증금을 떼일 리스크를 막을 수 있어 유리하다"고 말했다.
◇가입 기간·요율·한도 등 조건 꼼꼼히 따져야
SGI서울보증과 대한주택보증 상품은 보장해주는 내용은 똑같지만 세부 조건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우선 대한주택보증 상품은 보증수수료가 전세금의 연 0.197%로 낮은 편이다. 사회 취약 계층엔 보험료도 깎아주는데, 예컨대 연소득이 2500만원 이하거나 혹은 19세 미만 자녀가 3인 이상이면 20% 할인해 준다. 하지만 수도권은 4억원, 나머지 지역은 3억원까지만 가입할 수 있고, 아파트의 경우 전세금과 대출을 합한 금액이 집값의 90% 이하여야 한다. 전세보증금 일부 가입도 불가능하다. 우리은행이나 대한주택보증 각 영업점에서 가입하면 된다.
반면 SGI서울보증은 아파트의 경우 전세금과 대출을 합한 금액이 집값을 넘지 않으면 돼 인수 기준이 넉넉한 편이고, 전세금 한도도 없어 고가 전세의 경우에 유리하다. 보증금 일부 가입도 가능하다. 대신 보증료는 연 0.232%(아파트 기준)로 높은 편이다. 2년 원칙으로 가입하며 자동차 보험처럼 소멸성이기 때문에 만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이사를 가면 미리 낸 보험료의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한다.
집주인 동의 없이 가입할 순 있지만, 보험사에서 안내문을 집주인에게 보낸 뒤 확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집주인이 이를 거절하면 가입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