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은행권을 발칵 뒤집어 놓은 모뉴엘의 부실을 미리 예견했던 우리은행의 직원 강모씨가 2년 만에 공로를 인정받았다. 계약직이었던 신분도 정규직으로 바뀐다. ‘은행판 장그래’인 셈이다.

우리은행은 2012년까지만 해도 모뉴엘에 빌려준 돈이 850억원이나 됐지만 지난해 모뉴엘 법정관리 사태에도 한 푼의 피해도 입지 않았다. 기술평가센터의 대출 담당이었던 직원 강모씨가 모뉴엘의 수상한 점을 발견하고선 대출금을 재빨리 회수했던 덕분이다.

강씨는 지난 24일 매년 우수 직원들을 포상하는 ‘경영전략회의’에서 이광구 우리은행장에게 표창장을 받고, 그 자리에서 즉시 부지점장급으로 승진과 함께 정규직 전환 약속을 받았다. 포상금도 300만원을 받았다. 이날 외국인 계약직 3명도 함께 상을 받았는데, 계약직 직원이 은행장 표창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약직이었던 강씨의 전 직장은 NH투자증권으로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강씨는 모뉴엘의 과도한 매출·이익 증가세 등 수상한 점을 여러 곳에서 발견하고 경기도 안양에 있는 모뉴엘 본사를 찾아가 박홍석 대표와 면담까지했다. 그는 “모뉴엘의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회수를 결정했다.

투자 회수 과정에서 불협화음도 잦았던것으로 전해졌다. 대출심사 시스템 상으로는 걸러지지 않는 문제였다보니 직원들끼리도 이견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강씨의 결정은 옳았다. 검찰 조사 결과 모뉴엘은 가짜 서류로 7년 동안 3조4000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았고, 국책 금융기관과 세무당국에 뿌린 비자금이 8억원에 달했다. 큰 공로를 세운 강씨는 “나에게는 미담이지만 누군가에겐 불행이었다”면서 “저 역시도 운이 좋았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표창을 계기로 직원들이 조직을 위해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확산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술금융 분야는 개개인의 동물적인 감각과 회계 전문성이 무척 중요하다"며 "은행의 보신주의 때문에 일부의 목소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