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푸른 지붕이 먼발치로 보이는 서울 종로구 청운초등학교 뒷편. 청와대 직원 자녀를 위한 두번째 직장보육시설인 무궁화 제2어린이집이 오는 3월 문을 연다. 청와대는 무궁화 제1어린이집과 함께 두 곳의 어린이집을 짓는 데 35억 남짓 돈을 썼다.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청와대 직원을 위한 어린이집 시설은 어떨까 싶어 주소를 들고 현장을 찾아나섰다.
"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내려주세요." 택시에서 내려 어린이집 입구 골목 안에 들어서자 사복 경찰들이 10m 마다 순찰을 돌고 있었다. 그중 한명이 골목 입구에서 기자를 막고, "어떻게 오셨습니까"라면서 사무적으로 물었다.
어린이집을 행선지로 대자, 경찰관은 환하게 웃으며 "첫번째 골목에서 왼쪽으로 가세요"라면서 길을 알려줬다.
경찰관의 안내대로 길을 따라가니, 나트막한 단독주택을 비롯해 저층 빌라, 단층상가들이 밀집한 곳에서 알록달록한 건물 두 동이 나타났다. 겉만 봐서는 서울 근교에서 볼 수 있는 카페로 생각할 정도로 건물 모습이 세력되고 깔끔했다.
어린이집 현관에서 교사로 보이는 한 여성이 나오길래 "시설이 좋아보인다. 옆에 새 어린이집이 3월에 문을 연다는데, 입소신청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 여성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여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면서 "입소 조건을 먼저 확인해보라"고 했다.
국민들은 어린이집 폭력사태가 터진 후, 72억원짜리 국회 어린이집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국회는 어린이집 CCTV설치 의무화를 막아놓고, 정작 자신들의 자녀들은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시설에서 키우고 있는 사실에 분노하는 것이다.
국회와 청와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어린이집을 지었을 뿐, 특별 시설이 아니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폭력사건에 가슴이 멍들고, 특권층의 시설에 성난 부모들을 달래기 어려울 것이다.
청와대 어린이집 역시 보통 부모들은 특권층만을 위한 시설로 볼 것이다. CCTV를 설치할 필요도 없이 안전하고, 자격증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교사들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특별한 곳으로 여길 것이다.
한국의 보육체계에서는 내 아이를 폭력걱정 없는 어린이집에 보내려면 청와대나 국회에 들어가거나, 삼성이나 LG같은 글로벌 대기업 직원이어야만 한다.
국회와 청와대는 민생을 가장 잘 알아야 할 사람들이다. 이들은 그동안 자신의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만 안전하다면 전국의 어린이집이 그럴 것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민간 어린이집의 열악한 현실에는 그냥 외면하고 싶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