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공항초등학교 건너편에 마련된 '마곡 힐스테이트 마스터' 견본 주택. 안으로 들어가려고 400m가 넘는 대기 행렬이 뱀꼬리처럼 이어졌다. 모델하우스 주변 임시 천막에선 속칭 떴다방(이동 중개업자) 10여 명이 분주하게 명함을 돌렸다. 이 아파트는 서울에서 올해 처음 분양한 단지로 21일 1순위 청약 결과 820가구 모집에 2만2635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27.6대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김철 분양사무소장은 "연초여서 분양에 다소 부담이 있었지만 수요자들의 청약 열기가 뜨거웠다"고 말했다.
꽁꽁 얼어붙었던 국내 건설 시장이 모처럼 경기 회복 기대감에 부풀고 있다. 연초부터 아파트 분양 시장에 청약 인파가 수만 명 몰리고 가물에 콩 나듯 했던 1000억원대 이상 대형 공사도 줄줄이 발주를 앞둬 그동안의 수주(受注) 갈증도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請約 열기 지속… 올 30만가구 공급"
지난해 뜨거웠던 신규 아파트 청약(請約) 열기가 연초에도 이어지면서 건설업계는 고무된 표정이다. 올해 건설사들은 분양 물량을 지난해보다 대폭 늘려 잡았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분양 물량이 30만여 가구로 지난해보다 4만여 가구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지난 3~4년간 공급이 부족했던 수도권은 지난해의 배 가까운 18만여 가구가 쏟아질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시장의 향배를 가늠할 잣대로 평가됐던 1월 분양 아파트가 잇따라 완판(完販)에 성공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중 올해 분양 테이프를 처음 끊었던 대우건설의 경남 창원시 북면 '감계 푸르지오'는 지난 14일 경쟁률 5.4대1로 1순위에서 청약이 끝났다. 현대산업개발이 충남 천안에서 공급한 '백석3차 아이파크'도 1순위에서 최고 경쟁률 23.8대1로 전(全) 가구가 마감됐다.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분양에 나선 호반건설도 지난 주말에 3만명이 넘는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권일 닥터아파트 팀장은 "수도권 청약 1순위 기간이 2년에서 1년으로 줄어 청약 대기자가 크게 늘었다"면서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된 민간 택지(宅地)보다는 저렴한 공공 택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청약 수요가 꾸준히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변서경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청약자들은 분양가나 입지(立地), 주택 규모 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목돈이 없는 수요자들은 기업형 임대주택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대형 공사 잡아라"… 수주戰 치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침체했던 국내 토목·플랜트 시장도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1분기에만 조(兆) 단위 공사가 2건이나 발주되고 1000억원 이상 공사도 줄줄이 나올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업체 간 수주 경쟁이 뜨겁다.
올해 국내 플랜트 시장 최대어(最大魚)는 에쓰오일 울산 공장 업그레이드 공사다. 1단계 추정 공사비만 3조원이 넘는다. 이미 대우건설·대림산업·삼성엔지니어링·GS건설 등 4곳이 수주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올 3월쯤 최종 낙찰자가 선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사는 웬만한 대형 건설사의 1년치 국내 수주액과 맞먹는 규모"라며 "작년 하반기부터 업체마다 수십명 규모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입찰을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원자력발전소인 신고리 5·6호기도 공사가 발주됐다. 총사업비만 1조4000억원으로 올해 공공(公共) 공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지난 19일 마감한 입찰 참가 자격(PQ) 사전 심사에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세 컨소시엄이 각각 신청서를 내면서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지하철 8호선 별내선 공사도 총 5000억 규모로 1분기 중 입찰에 들어가고 영남 LNG·서울복합 등 2~3개 발전 플랜트 공사도 각각 2000억~3000억원 규모로 발주를 앞두고 있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작년보다 4조원쯤 불어 공공 공사 수주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건설 경기는 주택을 중심으로 하는 민간 부문이 어느 정도 살아나느냐에 따라 회복 속도와 폭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