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기업형 임대주택 제도'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기업형 임대주택은 전세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산층에게 월세 위주의 품질 좋은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8년 이상 살게 해준다는 것이 골자다. 전문성 있는 기업이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관리하게 되면 과도한 임대료 인상, 시설물 보수, 보증금 리스크 등의 문제가 일부 해소될 수 있고 임대주택 총량이 늘어나게 되어 임대료 하락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초기 임대료 규제가 없어 주거 비용이 올라갈 수 있고, 임대 사업에 대한 수익성이 낮아 기업들의 참여가 소극적일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은퇴 후 현금 흐름을 창출하기 위해 주택 임대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베이비부머들은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기업형 주택 임대가 앞으로 독(毒)일지 약(藥)일지 궁금해하고 있다.
◇"월세 시대 예상되지만 아직은 공급초과"
현재 임대 사업을 하고 있거나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기업형 임대 주택 정책이 나오게 된 시장 배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세 주택이 빠르게 줄면서 월세가 보편화되는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월세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인정하고 민간 임대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유도하는 방안이나 전세 수요를 매매로 전환하여 전셋값을 낮추고자 하는 간접적인 전·월세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아직은 시장에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정부는 전셋값을 낮춰줄 수 없다면 월세라도 내려줘야 한다는 고민에서 기업형 임대 주택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월세 시대로의 전환은 향후 주거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증금 대비 월세 비중이 커질수록 비용은 증가하기 때문으로 현 시장 환경에서 전세를 보증금이 적은 월세 등으로 바꾸면 주거 비용은 2~3배 늘어난다. 임차인에게는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는 반면 임대인에게는 수익이 된다. 따라서 주택 임대 사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월세 중심의 주거 패러다임 전환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집값이 생각보다 많이 떨어지지 않게 지지하는 요인이라는 것도 주지할 필요가 있다.
현재 주택 임대차 시장은 전세 주택은 부족하지만 반전세 및 월세 주택 공급은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실제로 매년 전세 주택의 1~2%가 반전세 등으로 바뀌고 있다. 때문에 전·월세 전환율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04년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은 9.85%였으나 2014년에는 5.73%까지 낮아졌다.
◇"일반 신축 월세와 임대료 비슷할 듯"
이런 시장 환경에서 품질 좋은 기업형 임대 주택이 시장에 공급되면 주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국토부는 서울의 기업형 민간 임대 주택 예상 월 임대료로 80만원 내외를 예상했다. 전세 가격 2억43만원을 전월세 전환율 6%로 환산하여 보증금 8100만원에 월세 81만원으로 계산한 것이다. 만약 품질 좋은 'New stay 주택'이 실제 이 가격으로 공급된다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서 주거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에서 입주한 지 3년이 안 된 30평대 이하 신규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 가격은 약 3억6000만원으로 보증금 8100만원 가정 시 월세는 139만5000원 정도로 국토부의 81만원에 비해 높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가격으로 공급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세 시장은 수요자 중심이기 때문에 품질이 좋더라도 임대 주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서까지 일반 신규 아파트보다 높은 임대료를 지불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기업형 임대 주택의 초기 임대료는 일반 신축 아파트의 시세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형 임대 주택 보증금을 매년 최대 5%씩 인상할 수 있다고 해도 시장가를 벗어나는 수준까지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 국토부는 LH 보유 토지 등을 활용해 2017년까지 약 3만가구의 기업형 임대 주택을 우선 공급하고 시장 반응에 따라 규모를 추가로 늘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만가구는 전국 임차 가구 수 약 800만 세대의 0.375%에 불과하다. 향후 그린벨트 해제 지역이나 도심 내 공공부지 등에 추가 공급 한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규모로 전체 시장의 임대료에 큰 영향을 주긴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