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핫이슈로 부각된 연말정산 관련 세법 개정의 세부담 효과를 분석할 때 근로자 1인당 소득을 기준으로 너무 단순하게 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연봉 5500만원 이상을 소득 상위 10% 정도로 봤는데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연봉 5500만원 이상은 상위 4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국민들이 체감하는 세법 개정의 세부담 효과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가계 지출 비용, 맞벌이 여부, 근로 외 소득, 가계 구성원 수 등을 반영해 입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10년차인 과장 권모씨(37)는 지난해 상여금(700만원)을 합한 총 급여가 6200만원이었다. 평소 월급에서 세금, 국민연금 떼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400만원 내외다. 대출 원리금으로 80만원에 아이 유치원비, 학원비에 생활비 쓰다보면 항상 빡빡하다고 느낀다. “못 산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항상 돈이 부족하다”며 “나 정도 수준의 소득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상위 40% 정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권씨의 생각과 달리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권씨는 상위 10%의 소득자다. 기재부는 2013년 8월에 ‘201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총급여가 5500만원 이상인 사람들을 고소득자로 보고 5500만원부터 세금을 더 걷겠다고 발표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총 급여가 5500만원을 넘으면 상위 13.2%이고 세금이 확 늘어나는 7000만원 이상은 상위 7.1%다.

이에 대해 권씨는 “연봉 1억은 받아야 상위 10%라고 생각했다”며 “정부 자료이니 믿을 수 밖에 없지만 뭔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성인 남녀 81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한달 평균 수입은 515만원이었다. 세후 515만원 월급을 받으려면 세전 연봉이 약 8500만원 정도 돼야 한다.

실제로 정부가 고소득층이라고 본 5500만원 급여자가 외벌이를 할 경우 현실에서는 고소득자라고 보기 어렵다. 연봉이 5500만원이면 세전 월급으로는 약 460만원이다. 그런데 통계청 가계동향을 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2인 이상 비농가 가구를 기준으로 상위 40%의 기준선은 월 소득 452만7258원이다. 상위 40%보다 조금 위에 있는 것이다.

통계청

둘이 차이가 나는 것은 정부는 소득이 그대로 드러나는 근로자들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가계동향은 고소득 자영업자도 포함된 데다 근로소득 뿐 아니라 재산소득이나 사업소득도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 개인이 아닌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선정한 자료인 것이다. 이러한 가계동향 역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는 못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단순히 근로자들의 소득 기준만을 가지고 고소득자로 분류한 뒤 세금을 더 물린 것 자체가 현실과 어긋나는 결정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정지출이 늘어나 돈이 필요한 정부가 진짜 부자인 고소득 전문직이나 고소득 자영업자, 고액 자산가에게 세금을 더 거두기 보다 상대적으로 세금 걷기가 쉬운 근로자들만을 대상으로 증세 정책을 했다는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생각하는 고소득층과 국민들이 생각하는 고소득층의 체감도가 다르다”며 “단순히 소득만을 기준으로 고소득층 구분하기보다 지출이나 가계구성원, 근로 외 소득, 맞벌이 여부 등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