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스위스 중앙은행(SNB)의 최저환율제 폐지와 같은 대외 돌발 악재에 대한 은행권의 대비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국가별 위험관리 모범규준안'을 마련했다. 은행들은 대외 거래 국가별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주기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국가별 익스포저 한도는 이사회 승인이 의무화될 전망이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3월 '국가별 위험관리 모범규준안'을 제정하기로 하고 이번주내 모범규준안 초안을 각 시중은행에 전달한 뒤 다음달 초까지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나 은행이 국제적 대출 및 투자업무 등과 관련된 대외 익스포저 관리를 강화하고 건전한 경영을 도모하도록 모범규준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조선비즈가 입수한 모범규준 초안에 따르면 각 은행은 국가별 위험관리와 관련한 내부 정책을 수립한 뒤 정기적으로 은행의 국가별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검토해야 한다. 은행의 국외 익스포저 수준이 높거나 국가별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면 이사회에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 국가별 익스포저 한도는 이사회 승인이 의무화된다.

또 일정 수준 이상의 해외 익스포저를 보유한 은행은 자체적인 국가별 신용등급 평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가별 신용등급 평가는 최소 연 1회 실시하되 중대한 변화가 있을 때에는 수시로 평가해야 한다. 이 평가를 바탕으로 개별 국가에 대한 익스포져 한도를 매년 설정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국가별 위험의 분석, 국가 익스포저의 한도 설정, 정기적인 모니터링 등을 담당하는 별도의 부서를 구성할 수 있다는 지침도 모범규준에 담았다.

모범규준의 적용대상은 국내 은행들과 은행 자회사를 둔 금융지주회사다. 개인, 기업, 은행, 정부 등에 대한 모든 형태의 해외 대출 및 투자활동, 국제자본시장 거래 등에 적용된다.

국내 은행들의 인도네시아, 브라질, 인도, 터키, 남아공 등 12개 신흥국에 대한 익스포저는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113억3000만달러(12조2300억원, 원화값 1080원 기준)다. 금융권 전체 대외여신(1083억4000만달러)의 10.5% 규모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사나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부서 내 3~4명의 전담 인력이 해외 위험 요인을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연초에 해외 지점으로부터 취합된 정보를 토대로 국가별 익스포저를 정한다. 하지만 국가별 신용평가와 익스포저 한도 설정을 위해 별도의 전담 부서를 갖춘 곳은 없다.

한 시중은행의 리스크관리 담당 부행장은 "전담 부서를 만들려면 최소한 10명에서 40명의 대규모 인력이 필요하다"며 "당장 전담부서를 따로 만들어 국가별 신용등급까지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기관 입장에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