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큘러스 VR 리프트를 체험 중인 사용자

최근 상품화한 기술의 연원을 따져보면, 꼭 새로운 것이 아니다. 홈오토메이션의 시제품은 1934년 시카고 박람회에 처음 나왔다. 무인(無人) 자동차는 1939년 열린 무역박람회에서 제너럴모터스(GM)가 선보였다.

요즘 급부상한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기술도 마찬가지다. 가상현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모톤 L. 하이리그(Morton Heilig)가 1962년 선보인 ‘센서라마머신(Sensorama Machine)’이 VR기기의 원형이다. 그동안 군사 및 비행 훈련 분야에서는 가상 기술을 폭넓게 활용해왔다.

일반인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VR 기기가 손안에 잡힐 듯 가까워진 이유는 단 하나. 가격의 하락 덕분이다.

오큘러스가 지난해 내놓은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인 ‘오큘러스 리프트 DK2’는 350달러, 30만원대이다. 수백만원, 수천만원을 호가하던 VR 장비가 수십만원 수준으로 내려온 것이다.

VR 기술의 첫 번째 승부처는 센서 기술을 값싸게 확보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에도 탑재돼 있는 자이로센서, 가속도센서, 지자계 센서가 대표적이다.

자이로센서는 기울어져 있는 각도를 측정해 상하좌우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지자계 센서는 자기장의 강약을 감지하며 자이로 센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가속도 센서는 자이로 센서와 결합해 움직임을 잡아낸다.

VR 기술의 두 번째 승부처는 값싼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있다. 몰입감을 높이는 데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필수적이다. 기어VR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단말기 ‘갤럭시노트4’와 연동된다. 갤럭시노트4는 5.7인치 HD디스플레이보다 4배 선명한 QHD(4중 고화질)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있다.

'360도 헤드 트래킹(현실 공간처럼 머리를 상하좌우로 돌릴 때마다 다른 장면이 나타나는 기술)', '좌우 시차를 이용한 3차원(D) 시야', '110도 이상의 넓은 시야각', '사용자 위치 파악 기술(Positional Tracking)', '사용자 위치에 따른 소리 구현 기술(Positional Sound)' 등이 VR 핵심 기능으로 꼽힌다.

센서 기술과 디스플레이 기술 발달 덕분에 이런 기능을 값싸게 구현할 수 있었고 사용자에게 보다 완벽한 몰입감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가령, HMD를 쓰고 머리를 들면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등 뒤에서는 좀비의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면, 사용자의 공포감은 극에 달한다.

VR 기기의 제3의 승부처는 콘텐츠다. 가상현실 구현을 위한 하드웨어 기기가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면, 소용이 없다.

소니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선보인 ‘프로젝트 모피어스’가 주목받는 이유도 콘텐츠 때문이다. 소니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플레이스테이션(PS)4용 가상현실 헤드셋 ‘모피어스’를 공개했다. 고화질 디스플레이에 90도의 시야각, 내장 오디오(외부 헤드폰도 지원), 그리고 360도 머리 움직임 추적이 특징이다.

소니엔터테인먼트는PS4용 비디오 게임을 이미 수백종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사용자가 직접 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가상현실 소프트웨어를 제작해 2년 안에 기존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게임을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페이스북에 2조원에 인수된 오큘러스도 삼성전자 등과 하드웨어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게임을 수급하는 데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오큘러스는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발달한 한국에 별도의 지사를 마련했다. 오큘러스 관계자는 “한국 게임을 오큘러스 VR 기기용 콘텐츠로 전환하면, VR 기기 저변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