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5일 예상대로 1월 기준금리를 현행 연 2.0%로 동결했지만 "GDP(국내총생산) 갭의 마이너스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구절이다. 금통위는 또 수출 증가세 둔화 등을 언급하면서 지난달보다 악화된 경기인식을 보였다.

또 한은은 작년 4분기 GDP성장률을 전분기대비 0.4%에 그친 것으로 추정했다. 작년 10월 전망한 1.0%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한은이 이와 함께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0월의 3.9%에서 3.4%로 하향조정했다. 조만간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주열 총재는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금리 수준은 실물경기 흐름에 비춰볼 때 부족하지 않다"며 "유가 하락이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분명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금통위와 반대로 '당분간 금리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이처럼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에 나타난 의견과 이 총재의 발언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다음달인 2월 금통위에서는 금리가 인하되거나 동결되더라도 소수의견(인하)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통위는 한은 총재와 부총재, 그리고 5명의 외부인사로 구성돼 있다.

금통위, 경기인식 악화…"GDP갭 마이너스 상당기간 지속"

금통위는 이날 정례회의를 마치고 배포한 '통화정책방향'에서 "앞으로 국내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나 GDP 갭의 마이너스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GDP갭은 실질 경제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이로 이게 마이너스라는 것은 실질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것이다. 그만큼 경기회복세가 미약하다는 의미다.

이는 금통위가 조만간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GDP갭의 마이너스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문구는 최근 두달, 즉 작년 11월과 12월 '마이너스 GDP갭은 점차 축소될 것이나 그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하했던 지난해 10월에는 '앞으로 GDP갭은 점차 축소될 것이나 동 갭의 해소 시기는 당초 전망보다 다소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었다. 직전 기준금리 인하는 8월 이었는데 전달인 7월 통화정책방향에서는 6월의 'GDP갭은 당분간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겠으나 그 폭은 점차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문구를 '앞으로 마이너스 GDP갭은 점차 축소될 것이나 그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로 바꿨었다.

금통위는 또 "국내경제를 보면 수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는 가운데 내수의 회복이 미약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수출이 대체로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였으나 소비 및 설비투자의 회복이 미흡했다'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수출을 우려하는 것이다.

수출을 우려하는 이유는 대외경제 여건이 나빠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세계경제에 대해 지난달에는 '신흥시장국에서는 국가별로 차별화된 성장세를 나타냈다'고 했지만 이달에는 "중국 등 신흥시장국의 성장세는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위험요인으로 '중국의 성장세 약화'와 '산유국의 금융·경제 불안'을 추가했다.

아울러 금통위는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있어 "국제유가 및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 해외 위험요인, 경제 내의 유휴생산능력 추이, 가계부채 및 자본 유출입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경제 내의 유휴생산능력 추이'를 이번에 새로 넣었다. 유휴생산능력은 수요부족과 공급과잉을 의미하는 것으로 경기침체기에 나타난다.

작년 4분기 성장률 0.4%에 그쳐…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0.5%P나 하향조정

경기지표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브리핑에서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전분기대비 0.4%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작년 10월에 전망한 1.0%보다 0.6%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경제성장 경로가 한은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 버린 셈이다.

한은은 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0월 전망한 3.9%에서 3.4%로 0.5%포인트나 하향조정했다. 한은이 3개월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나 낮춘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작년 10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때 성장률 전망치(작년)는 3.8%에서 3.5%로 0.3%포인트만 내렸었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춘 것에 대해 "3.9%로 전망할 때는 작년 4분기에 전분기대비 1.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상당히 떨어졌다"며 "세수부족에 따른 정부지출,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위축 영향과 단통법 적용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4분기 실적이 낮아진 게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수준이 여전히 낮다는 점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작년 10월 전망한 2.4%에서 1.9%로 하향조정했다. 올해도 한은의 중기물가안정목표(2.5~3.5%)의 하단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또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진 상태여서 물가상승 압력도 크지 않다.

한은 총재는 금리동결 시사…"성장세, 잠재성장률 부합…금리수준 부족하지 않아"

반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브리핑에서 금리동결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우리 성장세는 잠재성장률에 부합하는 모습"이라며 "현재 금리 수준은 실물경기 흐름에 비춰볼 때 부족하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은 비효율을 제거하려는 노력으로 경기둔화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 '구조개혁을 추진할 때는 경기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경기확장적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이 총재는 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0.5%포인트 하향조정한 것에 대해서도 "올해는 분기별로 전분기대비 1% 내외(작년은 0.7%)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올해 경기 회복세는 지난해보다 나은 상황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경제 전망이 악화된 것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유례없는 저물가에 대해서도 유가 하락에 따른 것으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통상 경제학자들은 유가 하락에 따른 디스인플레이션은 좋은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말한다"고 했고 유가 하락에 대해서는 "모든 경제 주체에 플러스 요인은 아니지만, 우리 경제 성장을 높이는 효과가 분명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국채금리는 1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과 이 총재의 금리동결 시사 발언으로 상승했다. 국고채 지표금리인 3년물 금리는 전날 사상 처음으로 1.974%로 떨어져 사상 첫 1%대를 기록했는데 이날 오전 11시30분 현재 전날보다 3bp(1bp=0.01%포인트) 오른 2.004%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