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최근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있는 아파트(전용면적 84㎡) 전세 물건이 나온 것을 보자마자 부동산에 전화해 선계약금으로 200만원을 걸었다. 전세 물건이 귀해지면서 하루 만에 물건이 나가는 경우가 많아 미리 선금을 내고, 임시계약을 맺은 것이다. A씨는 입주 한 달 전에 나머지 계약금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갑자기 집주인은 그전에 중도금으로 800만원을 줄 것을 요구했다. 당장 돈을 구할 수 없었던 A씨는 부동산에 이를 문의했고, 결국 부동산이 중도 계약금을 A씨 대신 내주기로 했다. A씨는 잔금을 치르는 날 부동산에 이 돈을 갚고, 중개 수수료도 조금 더 내기로 했다.
주택 매매가 뜸해지고 중개 수수료 요율이 내려가면서 부동산 중개업소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자 중개업소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임차인 대신 계약금을 일부 내주는 일도 생기고 있다. 선금을 건 고객의 경우 전세계약을 대부분 체결한다고 보기 때문에 경쟁업체보다 먼저 고객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중개업소들이 계약금 일부를 선뜻 내주는 것이다. 보통 임차인은 대출하기 곤란하거나 목돈이 당장 없는 경우 현재 사는 집에서 전세금이 빠져야 계약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중개업소가 돈을 못 받을 위험 부담을 안고서도 고객 대신 수수료를 내주는 이유는 중개업계 침체와 관련이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문을 닫은 부동산 중개소는 총 1만5906개였다. 새로 생긴 부동산 중개업소(1만5751개)보다 더 많다. 지난해 1분기와 3분기까지 폐업한 부동산 수도 1만351곳으로 중개업계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남아있는 업체도 아파트나 주택 지역 인근에 몰려 있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래량 역시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6년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108만2453건이다. 하지만 2007년 거래량은 86만7933건으로 뚝 떨어졌고, 이후 2013년까지 73만~98만건에서 맴돌았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7·24대책과 9·1 대책 등 부동산시장을 부양하는 정책이 나오면서 주택 매매 거래량은 100만5173건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은 부족한 상태다.
마포구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중개사는 "간혹 임차인이 중개수수료를 좀 더 준다고 하면서 급매 물건을 잡아달라거나, 전세나 매매 계약금 일부를 지원해주길 바라는 경우도 있다"며 "큰 액수는 아니더라도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수백만원 정도의 현금은 항상 융통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을 잡고, 이익을 늘리자는 차원에서 입주 전 고객에게 계약금을 빌려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