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술신용평가 기반 대출이 1만4413건, 9조원에 육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목표치(7500건)의 두배 수준. 하지만 금융당국이 기술금융을 늘리라고 시중은행을 압박하면서 나온 수치여서 대출 만기 연장 과정에서 기존 담보대출이 기술신용대출로 둔갑하는 등 편법 허수가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금융이란 기존의 담보대출과 달리 기술평가만으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을 말한다. 기술력이 있지만 재무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의도로 금융당국이 주도하고 있다. 기술금융 확산은 은행 혁신성 평가지표에도 큰 비중으로 반영된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신용평가 기반 대출은 1만4413건, 8조9247억원에 달했다. 9월 이후 은행들이 기술금융을 본격적으로 취급하면서 급증세를 나타났다. 10월엔 3020건, 1조7000억원에 그쳤지만 12월엔 4484건, 3조원으로 대폭 늘었다.
은행별로는 기업은행이 4064건, 2조216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또 신한은행이 2696건 1조7360억원, 우리은행 2258건 1조3123억원, 하나은행 1470건 1조183억원, 국민은행 1352건 7464억원, 외환은행이 763건 752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은행이 스스로 판단해 대출한 '자율 대출'이 8457건으로 59%를 차지했다. 기술보증기금이 보증한 대출은 4872건(34%), 산업은행(옛 정책금융공사)이 시중은행을 통해 공급하는 온렌딩 대출이 1084건(7%)이었다. 금액으로는 은행의 자율 대출이 6조2000억원(69%), 온렌딩이 1억4039억원(16%), 기보 보증 대출이 1조3208억원(15%)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술신용평가 기반 대출은 일반 중소기업 대출에 비해 평균 대출금액은 3억8000만원이 늘고 대출금리는 0.38%포인트 낮았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또 올해에 3만2100건, 20조원 규모의 기술금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관계자는 "기술신용평가를 통해 재무여력이 부족하나 기술력이 우수한 창업기업에 신용대출이 확대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기술평가기관(TCB)의 평가 결과나 대출 부실률 등의 정보를 보강함으로써 기술신용평가의 품질과 신뢰도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술금융이 제자리를 잡으려면 갈길이 멀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기술력은 있지만 담보가 없어 자금난을 겪어온 기업들에게 자금이 공급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금융위가 은행들의 실적을 강제하다 보니 허수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기존 담보대출을 만기 연장하려는데 기술신용대출로 돌려야하니 기술평가서를 발급해와야 한다고 은행이 지시했다"면서 "신용대출이어야 하다보니 대출금의 일부를 신용으로 돌려 '부분신용대출'로 만드는 꼼수도 부렸다"고 강조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술만 보고 대출을 하는 단계까지 이르려면 당연히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일부 거품이 있을 수는 있지만) 비신용대출의 경우에도 무형자산을 담보로 인정하는 등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