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가 추진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13% 매각이 실패로 돌아가며 현대차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글로비스가 오는 2월부터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본격적으로 적용받으면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 부자는 이번 거래를 통해 지분율을 공정거래법의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수준인 30% 아래로 떨어뜨릴 예정이었다.
13일 정부와 현대차그룹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2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을 금지한다는 법의 적용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한 것이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이면서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한 기업 중에서 총수와 친족이 발행 주식의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을 소유한 기업이 규제 대상이다
법은 지난해 시행됐지만, 실제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지난해 2월 개정안이 발표되기 전에 맺은 계약의 경우 다시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1년의 유예 기간을 줬기 때문이다. 오는 2월 14일 이후에는 계약일과 상관없이 모든 계약이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규제가 되는 행위는 정상보다 상당히 높거나 낮은 대가로 상품이나 용역 등을 거래한 행위, 사업 기회를 제공한 행위, 적합한 거래 상대방 선정 과정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 등이다.
처벌 강도도 강하다. 부당한 이익 제공이라고 판명이 되면 관련 매출액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총수 개인이 직접 거래에 참여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면 개인에게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여기에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할 경우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리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3분기까지 8조200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현대·기아차에서 올린 매출이 6조3000억여원이다. 77%에 가까운 매출을 현대·기아차에서 거두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의 현대·기아차 거래 비중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면서 "게다가 시장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거래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부터 공정거래법 취지에 맞춰 중소기업에 사업 기회를 개방하는 등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였고, 앞으로도 이런 정책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