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KBS·MBC·SBS 등 지상파의 방송 광고 시간을 늘려주는 광고 총량제를 입법예고하면서, 지상파 방송사의 방만한 경영으로 초래된 부실까지 개선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상파 3사(社)는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도박을 벌이듯 중계권 확보에 '올인'(다 걸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방송 전문가들은 "지상파는 무분별한 투자와 불투명한 회계, 고령화된 인력 구조 등 부실 요소를 없애는 노력을 먼저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월드컵 중계권 '한탕' 노리다 부실 초래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2014년 수백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지상파 3사는 지난해 월드컵 중계권료로 약 7500만달러(약 825억원)를 투입했다. 이는 2006년 독일월드컵의 중계권료(2500만달러·약 275억원)의 3배에 달하는 액수다. 하지만 월드컵 광고 수입은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한국 대표팀이 출전한 3경기만 광고가 다 팔렸고, 나머지 경기는 시청자의 관심을 끌지 못해 광고를 제대로 수주할 수 없었다. 광고업계에서는 처음부터 "시차 때문에 주요 경기가 모두 새벽에 열려 시청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런 우려를 무시한 결과였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3사는 작년 월드컵에서 490억원 수준의 광고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쳐 300억원 이상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SBS는 작년 3분기까지 37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MBC는 상반기에 268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공시자료와 국정감사 등에서 드러났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건물(사진 위)과 최근 상암동으로 이전한 MBC 신사옥(사진 아래).

지상파 방송사들이 스포츠 중계 올인으로 손해를 본 것은 처음도 아니다. 2001∼2004년 MBC는 박찬호 선수가 활동하고 있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중계권을 약 3200만달러에 계약했다. 이는 그 이전의 MLB 중계권 가격인 연평균 180만달러보다 4배 이상 높은 가격이었다. MBC는 이후 4년간 약 90억원의 적자를 냈다.

스포츠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외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서 한국 지상파 방송사들은 '봉'으로 통한다. 서로 경쟁에만 몰두해 FIFA(국제축구연맹)·IOC(국제올림픽위원회) ·MLB 등이 부르는 대로 값을 줘왔다는 것이다.

2006년 지상파 3사는 올림픽·월드컵 등 중계권료 협상 창구를 단일화하는 '코리아 풀'에 합의했지만, SBS가 합의를 깨고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열리는 총 6건의 월드컵·올림픽 중계권을 모두 독점 계약했다. 스포츠계 관계자는 "중계권료가 올라가는 만큼 광고 매출을 늘려야 해 시청자에게 전가되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방만 경영 뒷수습 하나"

지상파 방송사들의 부실 경영과 무거운 몸집을 유지하느라 들어간 비용을 미디어 업계 전체가 부담케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히트 드라마 '미생'과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등을 만든 tvN의 한 임원은 "일반 유료 방송사는 이제 겨우 지상파와 한번 경쟁해볼 만한 환경이 만들어졌는데 정부가 나서서 '광고 총량제' 등 지상파에 유리한 정책을 펴고 있으니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방송계에선 "지상파가 실제로 어렵긴 하냐"는 자조 섞인 의문도 나온다. MBC는 올해 서울 상암동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임원 임금을 8.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SBS는 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 배당액 비율을 2011년 23.6%, 2012년 37.9%, 2013년 41.1%로 꾸준히 높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상파의 방만한 경영에 경고를 줘도 모자랄 판에 경영 실패를 수습해주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최소한 '방만하다'는 말을 듣지 않는 수준까지 스스로 경영을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무리한 제도를 도입해 지상파를 살리려다가 자칫 민간 방송사들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미디어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는데도 이를 조율해보려는 정부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정부는 방송 산업의 균형적 발전을 고려하기보다 오히려 지상파에 치우친 정책을 펴고 있다"며 "이는 중재자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