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델레이베이 호텔 콘퍼런스룸.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15' 개막을 하루 앞두고 한·중·일을 대표하는 TV업체들이 일제히 신제품 소개행사를 열었다. 오전에는 LG전자와 일본 파나소닉·샤프가, 오후에는 삼성전자와 중국 TCL·하이센스가 연이어 올 CES에 전시하는 주요 TV 제품을 발표했다.
세계 TV 시장은 지난 20여년간 한국·일본 업체 간 경쟁의 장(場)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중·일 3국 업체 간의 경쟁구도로 바뀌는 추세다. 이번 CES에서는 그런 변화 흐름이 뚜렷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업체가 한·일 양국 업체와 불과 몇 시간 차이로 신제품 전시회와 글로벌 기자간담회를 열며 맞불을 놓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세계 TV 시장이 한·일 양국 경쟁 체제에서 한·중·일 3국 경쟁 체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CES에서 펼쳐지는 한·중·일 TV 삼국지
중국의 하이센스는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중국에서 출시한 '레이저 디스플레이 TV'를 소개했다. 이 제품은 TV 본체 앞에 놓인 빔프로젝터에서 레이저를 쏴서 화면에 영상을 구현한다. 레이저TV는 색상 재현력이 뛰어나고 대형 화면에 적합한 첨단 기술로 꼽힌다. 삼성전자도 이 TV를 연구 중이지만 아직 상용화하지 못했다. 국내 TV업체 고위 관계자는 "후발 주자로 평가받던 중국이 우리보다 기술력이 뛰어난 레이저 TV를 먼저 내놓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중국 1위 TV업체 TCL도 이날 취재진 300여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TCL은 65인치 양자점(量子點·Quantum Dot) TV를 소개했다. 양자점 TV는 액정화면 뒤에 빛을 내는 양자 반도체 필름을 부착해 화면을 밝고 선명하게 만든 첨단 제품이다. 삼성·LG전자는 이번 CES에 양자점TV 시제품을 선보였지만, TCL은 작년 9월 이미 중국에서 1만2999위안(약 230만원)에 출시했다. 하오 이 TCL 멀티미디어 부문 CEO(최고경영자)는 "올 2분기 중 미국 시장에도 이 제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중국 TV업체의 급성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은 2013년 1분기에 글로벌 TV시장 합계 점유율 26.3%로 일본(22%)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선 데 이어 갈수록 격차를 벌리고 있다. 세계 TV 시장 1·2위를 달리는 삼성·LG로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스마트폰보다 얇은 고화질 TV
삼성전자도 이날 양자점 기술을 적용한 초고화질(UHD)급 'SUHD TV'를 선보였다. 이 TV는 영상 밝기를 자동으로 분석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검은색을 더 짙게 표현하고, 밝은 부분은 최대 2.5배 밝게 보여준다고 삼성은 설명했다. 또 삼성의 독자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이 탑재돼 있어 인터넷 검색, 스마트폰 연결 기능 등을 사용할 수 있다.
LG는 가변형·곡면·평면 등 다양한 형태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반도체로 기존 LCD(액정화면)보다 전력 소모량이 적은데도 화면을 밝고 선명하게 만들 수 있다. 5일 선보인 '2015년형 LG 올레드 TV'는 받침대(스탠드)를 투명하게 만들어 화면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팀 알레시 LG전자 미국법인 신상품 개발담당은 "세밀하고 풍성한 색상 표현이 가능하고 LCD보다 1000배 이상 빠른 응답속도로 잔상(殘像) 없는 자연스러운 영상을 재현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업체들은 고화질과 얇은 두께를 강조한 신형 TV로 승부를 건다. 샤프는 화소 수가 기존 UHD TV보다 2.5배 이상 많은 '비욘드 4K UHD TV'를 선보였다. 소니는 CES 전시 부스가 있는 컨벤션센터에서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어 스마트폰보다 얇은 4.9㎜ 두께의 UHD TV를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