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진짜 대표이사'를 찾는 전쟁이 벌어졌다. 전·현직 대표이사가 엉켜 서로가 대표이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자회사 헐값 매각, 29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논란도 일었다.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형국이다. 시가총액 467억원짜리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참엔지니어링(009310)의 얘기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달 19일 열린 이사회서부터 비롯됐다. 이 이사회에서는 지난해 9월 선임됐던 최종욱 전 대표이사를 3개월만에 해임하고, 창업주인 한인수 회장을 다시 대표이사로 복귀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하지만 이사회 직후 최 전 대표 측이 바로 반격에 나섰다. 자신을 해임한 이사회는 무효고, 여전히 자신이 대표이사라는 것이다.

최 전 대표이사 측은 한 회장이 횡령·배임으로 회사에 상당 부분 손해를 끼쳤고 이런 내용을 시정하라고 주문하자 자신을 불법적으로 몰아냈다고 주장했다. 불법이란 근거로 자신의 승인 없이 이사회가 개최됐고, 그러다보니 이사회가 적법하게 개최됐단 확인 문서(공증)에 인감도 찍히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그러자 한 회장도 최 전 대표 측을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 최 대표가 경영권을 찬탈하려고 일을 꾸미고,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결국 법원의 손에 넘어갔다. 7일 수원지방법원의 심리를 시작으로 시비가 가려질 전망이다. 법원 결정에 따라 대표이사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알짜 자회사 헐값 매각 논란이 나온 것.

새 대표이사직을 맡은 한 회장이 참엔지니어링의 자회사 참저축은행 매각 작업에 착수한 것이 논란에 불씨를 지폈다. 매각주관사를 지정하는 등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한 회장 측은 최 전 대표이사가 일을 벌여 회사가 상장폐지 될 위기까지 언급되자 채권 상환이 들어올 것으로 보여 자회사 매각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 전 대표 측은 법원 판단에 따라 대표이사가 바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알짜 자산 매각을 서두르는 것엔 검은 속셈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갈등이 격해지만큼 이번 사건을 규정하는 시각 자체도 다르다. 한 회장 측은 명백한 경영권 찬탈 행위라고 보고 있다. 몇몇 우호지분과 소액주주 지분을 등에 업고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속셈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 전 대표 측은 배임과 횡령을 일삼는 창업주의 전횡을 막기 위한 고언(苦言)이 사건의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경영권엔 관심이 없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한 회장의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참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6일 총 290억여원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자기자본의 30% 수준이다. 참엔지니어링 측은 임직원에게 과도한 급여를 지급하고 돌려받는 방식이나 해외 컨설팅비를 과다하게 지급하고 돌려주는 방식으로 횡령·배임 행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