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모든 담배의 가격이 2000원씩 일괄적으로 오르면서 국민의 세금부담이 연간 최대 5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담뱃값이 오르면 담배 소비량이 34% 감소해 세금이 연간 2조78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국회예산처는 담배 소비량이 20% 줄어드는데 그쳐 세수(稅收)가 5조456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담뱃값이 2000원씩 오르면서 올해 담배 소비량은 작년(43억4100만갑)보다 34% 줄어든 28억6500만갑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우리나라 만 20세 이상인 남녀 3676만5374명(2010년 기준)이 각각 하루에 4.3개비(1갑=20개비 기준)씩 피우는 양이다.

2500원짜리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과 부담금은 작년까지 1550원으로 항목별로는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 321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 폐기물부담금 7원, 부가가치세 227원 등이었다. 정부는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등을 모두 인상하고 개별소비세 594원을 신설해 세금과 부담금을 총 3318원으로 올렸다. 담배 가격에서 세금과 부담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62%에서 올해 73.7%로 늘었다.

정부는 세금과 부담금이 늘지만 담배 소비량이 34% 줄어 총 세수는 2조78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신설된 개별소비세가 1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국민건강부담금도 87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국회예산처는 올해 담뱃값이 올랐지만 소비량은 20%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의 소득수준이 올라 가격 탄력성(가격이 달라질 때 수요량이나 공급량이 변화하는 정도)이 약해졌고 담배는 중독성이 강해 쉽게 끊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국회예산처가 예상한 올해 담배소비량은 36억5600만갑으로 정부 추산치보다 약 8억갑 많다. 국회예산처의 계산에 따르면 개별소비세는 2조1700억원, 국민건강부담금은 1조4600억원이 늘어나 총 세수 확보액은 5조456억원에 달한다.

기재부는 국회예산처의 계산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격 탄력성에 중독성이 이미 반영돼 있다”며 “소득수준이 늘어난다고 담배를 더 피우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에 따른 여파로 1월과 2월에 담배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도 연말로 갈수록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초에 금연계획을 많이 세우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1월과 2월에 담배 판매가 줄고 휴가철과 스키시즌에는 다시 늘어난다”며 “연초에 거래가 급감하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담뱃값이 오르면서 2013년말 기준 42.5%인 19세 이상 남성의 흡연율이 다소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4년 12월에 담뱃값이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오르자 2004년말 47.1%였던 흡연율은 2005년말 43.9%로 떨어졌었다.

조귀훈 보건복지부 금연종합정책 TF 팀장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성인남성의 흡연 여부를 분석한 결과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을 낮추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2016년까지 흡연율이 35%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성인 남성흡연율을 29%까지 낮출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