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멀리 떠나지 않아도 걷기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서울은 조선시대부터 600년 이상 수도로서 역할을 해왔기에 수많은 역사가 쌓여 있다. 서울을 걸으면 600년 역사와 현재를 느낄 수 있다. 서울 걷기여행은 몸건강을 위한 운동도 되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힐링프로그램도 된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이 여행이다. 행복해서 여행을 떠나는지, 여행을 하면 행복해지는지 인과관계를 따질 필요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 여행을 해보자. 버스나 전철타고 그냥 떠나기만 하면 된다.

조선비즈 워킹서울팀이 매주말 서울여행을 다녀본 코스 중 가장 인상적인 다섯 코스를 ‘서울걷기여행 추천 5선’이라는 제목으로 하나씩 소개한다.

[서울걷기여행 추천 5선] ① 서울 한양도성 하루만에 일주하기

빨간선으로 표시한 것이 서울 한양도성 라인.

18.7km에 달하는 서울 한양도성을 하루에 도는 것을 순성놀이라고 한다. 순성놀이는 조선시대부터 일제시대까지 계속 이어진 서울의 풍속이었다. 한양도성을 한바퀴 돌고나면 서울의 옛 지형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알 수 있다. 특히 겨울철에 성곽길 탐방을 나서면 나무들이 잎을 다 떨구어 전망을 가리는 것이 없어 멀리까지 볼 수 있다.

방한 옷을 잘 갖추고, 음지에 눈이 쌓여 있으므로 아이젠을 준비해야 한다. 북악산 구간 통과를 위해 신분증 지참은 필수. 추운 날이면 안개가 끼지 않아 깨끗한 시야에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다. 해가 짧으니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는 것이 좋다. 음료수 준비와 장갑 착용도 꼭 필요.

한양도성 북악산 구간은 오전10시부터 오후3시까지만 입장 가능하기에 출발점을 동대문에서 잡는 것이 좋다. 아침 8시에 출발해야 이른 저녁에 순성을 마칠 수 있다.

◆동대문~낙산~혜화문~와룡공원~북악산 말바위 안내소

지하철 동대문역에서 내려 동대문(흥인지문)으로 간다. 동대문은 최근 옹벽 수리공사를 마쳐 멋진 옛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동대문을 성 바깥쪽에서 바라본 모습. 동대문은 평지에 만들어졌기에 방어를 위해 성문 앞에 옹성을 쌓았다.

동대문에서 낙산구간으로 가려면 불편하다. 동대문에서 횡단보도를 ㄷ자 모양으로 길을 세번 건너 동대문 성곽공원에 이른다. 서울성곽 낙산구간을 걷기 시작하는 것이다. 올 초까지 있던 동대문 교회를 철거하여 성곽의 윤곽이 잘 보인다.

언덕 중간에 서울디자인센터에 서울 한양도성 박물관이 있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들러보면 좋지만 하루 순성놀이 할 때는 시간이 좀 부족하다.

동대문에서 낙산을 오를 때 볼 수 있는 서울 한양도성 박물관이다. 서울디자인센터 건물 중 일부를 사용하고 있다.

낙산을 오르면서 이화동 벽화마을의 명물 508가게에서 잠심 쉬었다 가도 좋다. 가게 앞의 작은 텃밭은 순성객들의 좋은 휴식처다. 508가게를 지나 성곽길을 계속 가면 낙산에서 가장 전망좋은 곳이 나온다. 낙산에서 서울시내와 남산, 인왕산, 북악산, 응봉라인까지 잘 살필 수 있는 곳이다.

낙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이다. 멀리 오른쪽 산부터 북악산, 인왕산, 안산이 보인다. 건물 가운데에 서울대 병원이 보이고, 그 뒤로 창경궁과 창덕궁이 위치한 북악산 응봉줄기가 보인다.

낙산 정상(해발 126m)에 올라서는 버스 종점에서 성 바깥으로 나간다. 아래로 보이는 마을은 장수마을. 멀리 삼선교와 서울의 동북쪽 풍경이 펼쳐진다. 북한산과 북악산이 이어지는 것도 볼 수 있다. 낙산구간은 성곽의 아름다움이 잘 보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야경이 빼어나다.

서울성곽의 낙산구간의 성곽라인. 저 멀리 북한산 보현봉에서 산줄기가 이어져 북악산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 보인다.

혜화문이 보이는 계단으로 내려오면 동소문 고개다. 혜화문으로 바로 이어지는 횡단보도가 없어 한성대 입구역까지 가서 횡단보도를 건너 다시 혜화문으로 접근해야 한다.혜화문에서 성곽길을 따라 가면 왼쪽으로 성곽 위에 자리한 옛 서울시장 공관을 볼 수 있다. 지금 이곳은 성곽탐방객 쉼터로 운영되고 있다.

옛 서울시장 공관이 있는 성곽구간이 끝나고 나서는 성곽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성곽을 부수고 집들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길을 따라 가다 혜성교회 입구에 이르면 축대 중간에 성곽의 흔적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교회 아래 텃밭 문 틈사이로 교회 쪽 축대를 보면 성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혜화문에서 경신고등학교까지의 성곽라인은 많이 파괴되었다. 중간 중간 건물들 사이로 성곽이 보이기도 한다.

길을 따라 조금만 더 가면 경신고등학교가 있다. 성곽은 흔적도 없고. 골목길을 계속 가면 경신고 뒷쪽 담장 아래로 성곽의 흔적이 다시 나타난다. 경신고등학교 담장이 끝나는 골목길 끝에 혜화동에서 성북동 쪽으로 가는 길이 있다. 이 길을 건너 서울과학고 뒤편으로 다시 성곽이 이어진다. 와룡공원 올라가는 길이다.

성곽 안쪽으로 와룡공원 방향의 언덕길을 오른다. 중간쯤에 오르면 말바위 안내소 방향 표지판이 있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성곽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암문이 있다. 이 통로로 나가 바로 성곽 바깥쪽에 붙어 순성을 계속한다. 오른쪽 마을은 북정마을. 건너편 마을은 성북동이다. 북정마을과 붙어 있는 성곽길 또한 성곽의 장엄한 모습이 잘 살아 있는 길이다. 길이 좀 가파르기 때문에 길이 미끄러우면 아이젠을 착용해야 한다.

와룡공원 인근 성곽 바깥쪽 모습. 왼쪽 가까운 마을이 복정마을이다.

와룡공원에서 들어오는 성곽 통로와 만나 계속 성곽을 따라 말바위 안내소 방향으로 간다. 성곽돌(성돌) 모양과 축성법을 살피면 순성이 더욱 즐겁다. 방향 안내판에 따라 계단으로 성곽을 넘어 다시 성 안쪽으로 들어가 말바위 안내소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탐방 표찰을 받는다.

◆북악산 말바위 안내소~북악산~창의문

1968년 북한의 무장공비가 침투한 이후 계속 닫혀 있던 북악산 인왕산 구간은 최근 10여년 사이에 모두 개방되었다. 하지만 청와대가 있는 북악산 구간은 동절기 10시부터 오후 3시(하절기는 10시~오후 4시)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말바위 안내소

말바위 휴게소를 지나면 멀지 않은 곳에 한양도성의 북대문인 숙정문이 있다. 숙정문 아래 문을 통해 잠시 바깥으로 나갔다 오는 것이 좋다. 눈 앞에 성북동이 한 눈에 들어온다. 뒤 돌아 숙정문의 위엄있는 모습도 감상하고 다시 성안으로 들어가 숙정문 망루에 올라서서 성북동 쪽을 조망해 본다.

숙정문은 북대문의 역할을 하였으나 실제 통행은 거의 없는 상징적인 성문이었다.

숙정문을 지나면 가파르게 길을 계속 가다보면 마치 창자가 휘어진 듯 성곽이 돌기 모양으로 휘어져 축성되어 있는 곳이 있다. 이런 곳을 곡장(曲墻)이라고 한다. 북악산 곡장 구역에 올라서면 북쪽으로 북한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평창동 일대와 성북동 일대를 발아래로 볼 수 있다.

곡장을 지나면 암문을 통해 성밖으로 나간다. 북악산 성곽길 탐방코스 소개 사진에 가장 자주 틍장하는 구간이다.

말바위에서 북악산을 오르며 성곽 바깥쪽을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정방형 돌들은 대개 숙종 때 수리하면서 사용한 돌이다.

성 바깥쪽을 잠시 걸은 뒤 나무 계단을 타고 다시 성곽 안쪽으로 들어온다. 북악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 소위 ‘1.21사태 소나무'라고 하는 총상 입은 소나무를 볼 수 있다. 1968년 북한의 무장공비 침투 때 총격전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1.21사태 소나무를 지나면 이제 북악산 정상(342m)으로 향하는 가파른 언덕이다.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걸어야 한다. 서울성곽을 하루에 일주하려면 초반의 페이스 조절이 아주 중요하다.

정상인 백악마루에 올라서면 발 아래 청와대 경복궁을 두고 광화문 앞에서 이어지는 세종대로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남쪽으로 남산, 오른쪽(서쪽)으로 인왕산, 동쪽으로 가깝게 북악산 응봉줄기에 자리잡은 창덕궁, 그 뒤 서울대병원과 낙산을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아, 옛 서울이 이렇게 생겼구나라는 말을 저절로 하게 된다.

북악산 백악마루에서 창의문으로 가는 가파른 내리막 계단. 무릎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북악산 정상에서 서쪽 창의문으로 내려가는 길은 아주 가파를 계단이다. 무릎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계단 손잡이를 잡고, 관절을 곧게 펴지 말고 다리 근육의 힘으로 버티며 내려오는 것이 좋다. 다리는 좀 뻐끈하겠지만 무릎 관절은 보호할 수 있다.

창의문 방문소에서 방문증을 반납한 후 창의문 망루에 서서 잠시 주변을 감상한다. 창의문은 인조반정 때 반군이 들어왔고, 세검정길을 통해 의주로 가는 주요 교통로였다.

◆창의문~인왕산~서대문(돈의문)터

창의문에서 바로 길을 건너 윤동주 시인의 언덕으로 가는 인왕산 코스를 갈 수도 있다. 추천하는 방법은 창의문을 통과하여 부암동쪽으로 갔다가 길을 건너 윤동주시인의 언덕으로 가는 것이다. 이왕이면 옛 사람들이 창의문을 지나는 느낌과 성밖 마을의 풍경을 조금이라도 체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윤동주시인의 언덕이라 붙여진 작은 공원 길을 따라 인왕산로를 걸어가다 길을 건너 인왕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안내가 친절하지 않아 처음 가는 사람은 입구를 놓칠 수도 있으니 조심하길.

가파른 길을 오르면 다시 성곽을 만날 수 있다. 인왕산은 높이가 338m여서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오르는 구간이 짧아 경사가 아주 급하다. 또 인왕산의 골은 아주 깊다. 조선시대에 호랑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그저 과장된 표현만은 아니다.

인왕산을 오를 때는 중간에 자주 뒤를 돌아보는 것이 좋다. 가까이 북악산의 서쪽 사면과 그 아래 골짜기에 모여 있는 청운동 집들도 볼 수 있고, 옛 백운동 계곡과 청풍계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암동, 평창동 일대와 북한산, 경복궁과 서울 시내, 남산 등 서울의 남쪽도 감상할 수 있다.

인왕산을 오르며 바라 본 북악산 모습

인왕산 구간에서도 성곽의 바깥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구간이 있다. 이 구간에서는 성곽이 처음 축성된 태조 때부터 세종 때, 그리고 많은 시간을 두고 제대로 성곽을 다시 쌓은 숙종 때의 돌까지 모두 볼 수 있어 역사의 축적을 경험할 수 있다.

인왕산 정상에 오르기 전 북쪽 성곽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갈림길을 만난다. 기차바위 능선을 타고 홍은동쪽으로 갈 수 있는 길이다. 기차처럼 생겼다 하여 기차바위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아 이 이름이 붙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

기차바위 너머로 멀리 북한산의 산줄기가 동서로 뻗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북한산성과 인왕산의 한양도성을 잇는 탕춘대성의 기본라인은 기차바위를 따라 이어진다. 탕춘대성은 세검정길 가까이 홍지문에 이르러야 모습을 드러낸다.

인왕산에서 북한산 방향으로 난 산줄기 이름이 기차바위이다. 기차바위 끝부분부터 탕춘대성이 만들어져 북한산성까지 이어진다.

기차바위 갈림길을 지나면 바로 인왕산 정상이다. 인왕산에 올라 다시 한 번 서울의 동서남북을 돌아본다. 발아래 수성동계곡이 있는 경복궁 서쪽 마을(서촌)이 펼쳐져 있고, 경복궁의 전체적인 모습도 보이며, 출발할 때 인왕산 쪽을 바라보았던 낙산이 저 건너편에 있다. 북쪽으로 홍제동 구파발은 물론 멀리 일산도 보인다.

인왕산 서쪽에 있는 산은 안산이다. 인왕산과 안산 사이 계곡에 있는 언덕이 무악재다. 지금의 무악재는 도로 건설로 많이 깎여 높이가 낮아졌지만 예전에는 상당히 높은 고개로 호랑이가 자주 출몰했다 한다.

인왕산 정상에서 본 남산과 서울의 모습

인왕산을 내려올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 안쪽으로만 걷는다. 하지만 군부대가 있는 인왕산 곡장을 지나쳐 내려오면 선바위쪽으로 넘어갈 수 있는 계단통로가 있다. 계단을 넘어 성곽의 바깥쪽을 따라 내려갈 수도 있다. 성체를 감상하려면 이 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 최근 산책로를 깔끔하게 정비하여 걷기도 편하다.

이 길로 내려오다 군 경비초소가 있는 길에서 서쪽으로 10여미터 가면 계속 성 바깥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성곽을 걸으며 주변 마을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이 길의 끝에서 종로문화센터 앞으로 이어지는 길과 만난다. 가게가 두 곳이나 있다. 여기서부터는 성곽길을 따라갈 수 없다. 길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표지판을 잘 보아야 한다.

인왕산에서 서대문 방향으로 내려올 때 교남동, 행촌동으 볼 수 있는 성곽 바깥모습이다. 순성놀이는 성곽 바깥으로 해야 제맛이다.

이곳에서부터 홍난파 고택이 있는 월암공원까지는 골목길로 가야해서 자칫 길을 놓칠 수 있습니다. 길 모퉁이 작은 기둥 2미터 정도 높이에 성곽답사 안내표지판이 있는데, 반대방향에서 오는 사람을 위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참고하여 길을 찾아야 한다.

연립주택 주차장 사이로 성곽의 흔적을 확인하는 것이 이 구간을 지나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월암공원을 지나 서울시교육청, 강북삼성병원을 지나면 서대문(돈의문)터 표지를 만날 수 있다.

◆서대문터~남대문~남산 팔각정~장충체육관

서대문(돈의문)터 표지를 보고 정동방향으로 길을 건넌다. 이곳부터 남대문(숭례문)까지는 성곽의 흔적 조차 없어 그저 머릿 속으로 성곽을 상상만 하고 걸어야 한다. 정동길로 접어든다. 비록 성곽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졌지만 정동은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역사의 현장을 많이 남겼다. 정동의 역사와 유산에 대해서는 별도로 공부하고 와야 이곳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순성할 때는 주변의 정동제일교회, 배재학당 등을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원래 성곽라인은 이화여고 운동장 담장을 지나 러시아대사관 안으로 이어졌다. 이 두곳 모두 성곽탐방객들이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우회할 수밖에 없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을 보면서 배재학당 터를 가로질러 간다. 골목길 끝에 평안교회가 있다. 평안교회를 지나 서소문로와 만나는 언덕 위에 서소문인 소의문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서소문 고가 밑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중앙일보사 앞을 지나 다시 성곽루트를 따라 들어가는 입구 주차장 모퉁이에 서소문터 표지석이 있다. 얼마전까지 주차장 구석에 있어 찾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오가는 길거리로 옮겨 놓은 것이다.

서소문터를 지나 남대문으로 가는 길에는 성곽의 흔적이 조금은 남아 있다. 정확하게 조선시대 성곽을 쌓았던 돌은 몇 개 안되겠지만 그나마 도심에 역사의 흔적을 남겨 놓은 것도 다행이다.

남대문

서소문 성곽길의 끝과 남대문(숭례문)이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남대문로가 가로막고 있다. 이곳에서 다시 서울역 방향쪽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남대문로 중간에 성곽이 지나가는 루트에 성곽표시라도 하면 성곽의 의미를 더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아스팔트가 아닌 돌을 바닥에 깔아 이곳을 오가는 차량이나 사람들이 성곽을 인식할 수 있게 하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남대문은 2008년 술취한 시민의 방화로 불탄 후 2013년 5월 복원공사를 마쳤다. 남대문은 그냥 스쳐 지나가지 말고 남대문 홍예까지 들어가 문을 통과해 보아야 한다. 남대문 보호 울타리문을 나와 남산길로 접어든다.

남산쪽으로 찻길을 따라 가면 성곽을 제대로 볼 수 없다. 힐튼호텔로 올라가는 언덕 오른쪽 골목길로 들어가 퇴계로를 가로 지르는 육교를 넘어간다. SK 빌딩 앞으로 가면 성곽의 바깥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힐튼 호텔로 간 다음 횡단보도를 ㄴ자로 건너 남산공원으로 들어간다.

남산공원도 최근에 성곽을 복원해 놓았다. 복원된 남산 성곽의 돌을 자세히 보면 한양성곽의 대부분의 돌로 사용된 화강암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화강암의 변성암인 편마암을 사용했다. 조선시대에도 남산 구간은 편마암을 성돌로 많이 사용했다.

힐튼호텔에서 안중근의사 기념관으로 이어지는 성곽라인

남산공원을 지나 안중근의사 기념관 앞을 지나면 남산 식물원이 나온다. 문화재 발굴공사 현장이 있다. 공사현장 왼쪽으로 가면 팔각정으로 오르는 계단을 만난다. 계단의 목책 울타리가 끝나고 성곽의 윗부분인 여장과 옥개석이 있는 계단 구간이 시작된다. 이곳 바깥쪽은 성곽을 쌓았던 초기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으나 겨울철에는 위험하여 추천할 수 없다.

계단 중간에 서울을 남쪽에서 북쪽방향으로 살펴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일면 잠두봉 전망대. 계단 오르기 힘들다면 여기서 잠깐 쉬면서 서울의 북쪽을 둘러싸고 있는 북한산, 북악산, 인왕산 등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의미 있다.

남산(262m) 정상에는 조선시대 국방경비대와 연락을 주고받는 봉수대가 있다. 이곳부터는 내리막길. 성곽라인은 남산타워에서 주차장으로 이어진다. 탐방객은 갈 수 없다. 남산에서 성곽라인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미군방송국기지가 중간에 자리잡고 있어서다.

팔각정에서 찻길 따라 내려오다 왼쪽으로 동국대, 장충동 방향으로 난 산책로로 들어가야 한다. 이 산책로를 따라 200여미터 내려와 첫 작은 삼거리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가서 새로 조성된 성곽탐방로로 접어든다.

계단을 통해 성곽을 넘으면 가파른 산비탈을 따라 웅장하게 서 있는 성곽을 볼 수 있다. 좀 엉성해 보이는 축성법이지만 성곽을 쌓으면서 흘렸을 백성들의 피와 땀을 생각해 보면 숙연해진다. 이 구간 또한 성곽 라인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성곽 라인은 곧장 반얀트리 호텔 남쪽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지금은 길이 끊어져 있어 국립극장으로 우회하여 반얀트리 호텔로 건너가야 한다. 반얀트리 주차장과 남쪽 건물 사이에 성곽탐방로가 있다. 이 길을 따라 가면 곧 성곽의 본체를 다시 만날 수 있다.

반얀트리 남쪽 구간이 끝나고 성체를 만날 때 오른쪽 길인 성곽 바깥길을 택하는 것이 좋다. 성곽 안쪽길은 잘 조성된 산책로 같으나 성곽의 위용을 느낄 수 없다. 성곽 바깥길은 성곽이 잘 보전되어 있어 성곽의 역사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또한 이 구간에는 성곽공사를 했던 담당자들의 이름을 적어 놓은 각자가 많이 남아 있어 이를 찾아보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신라호텔 담장 바깥쪽 신당동 방향에 있는 성곽라인이다. 성곽돌이 잘 보전되어 있고, 경사가 심하지 않아 많은 도성탐방객들이 몰리는 구간이다.

성곽의 신라호텔 구간 끝에는 신당동으로 가는 횡단보도가 있다.

◆장충체육관~광희문~동대문

장충체육관 뒤편 횡단보도를 건너 장충동 고급 주택가 사이길로 간다. 이곳부터 동대문까지는 성곽의 흔적이 완전히 지워졌다. 장충동과 신당동 사이 언덕 위에 있는 고급 주택들이 성곽을 부순 후 그 터 위에 지어져 있는 것이다.

이 곳이 훼손된 것은 이미 일제시대 때이다. 입구 초입에 고 이병철 삼성그룹회장의 저택이 있다. 성곽의 작은 흔적이라도 보려면 예리한 눈으로 골목길과 집들 사이의 담장 안쪽을 보아야 한다. 가끔 성곽으로 생각되는 돌로 된 담장을 볼 수 있다.

이 곳에서는 성곽탐방로를 놓치기 쉽다. 지도를 잘 보고 길을 접어 들어야 한다. 고급 주택가 끝 부분 길에서 왼쪽으로 길을 틀었다가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야 한다. 그 골목의 끝에서 광희문을 만날 수 있다. 만약 탐방로를 놓치면 그냥 광희문으로 가면 된다.

동대문과 남산 사이에 있는 광희문은 사실상 남소문의 역할을 하였다.

광희문 또한 원래 위치에서 벗어나 있다. 원 위치는 도로 위 언덕 정상이다. 이곳의 성곽라인 또한 건물이 들어서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탐방로는 광희문에서 한양공고 쪽으로 길을 건너, 지하철 공사 동대문지부 건물 앞에서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뒷편으로 가는 것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전시관 사이에 성곽길을 표시해 놓았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뒤 성곽길 끝 부분에 이간수문을 복원해 놓았다. 이간수문은 남산 국립극장 쪽에서 발원한 물길이 장충동 길을 따라 흐르다 청계천으로 빠져 나갈수 있도록 성곽 밑에 설치해 놓은 수문이다. 이간수문의 규모는 상당히 크다.

도성 안쪽에서 흐르는 물을 바깥으로 내보내기 위해 만든 수문으로 큰 두개의 수문이 있다하여 이간수문이라 부른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있는 곳은 옛 동대문운동장 터다. 지금도 전광탑을 두 개 보존해 놓아 이곳이 운동장이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동대문운동장은 1920년대 후반 세워진 공설 운동장이었다.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구역을 벗어나 청계천으로 가면 오간수교를 건너게 된다. 오간수문이 있던 다리다. 오간수문 또한 성곽 밑에 설치된 수문이다. 광화문 쪽인 청계천 상류에서 흘러온 물이 성곽을 빠져나갈 수 있게 성곽 밑에 수문 5개를 설치한 것이다. 청계천 오간수교 구간 북쪽 벽에 오간수문 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오간수교를 지나면 이번 순성놀이의 출발점이었던 동대문, 즉 흥인지문이다. 흥인지문 주변 성곽은 일제시대 전차길을 놓으면서 이미 훼손되었다. 동대문 주변은 특히 전차 종점과 정비창이 있었다. 동대문은 숭례문과 달리 문을 통과해 볼 수 없다. 동대문은 4대문 중 유일하게 성문 밖에 옹성을 쌓았다. 평지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동대문에서 순성놀이를 마치면 먹거리를 찾아 갈곳이 많다. 동대문 종합시장옆 식당골목이나 좀 더 가서 광장시장, 동대문 성문 밖에 조선시대부터 있었던 창신동 시장 등에서 서민들이 오래동안 즐겨온 음식을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