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남들과 비슷하면 어떻게 될까요? 언제든 망할 수 있다고 말해도 될 만큼 어려운 상황을 겪게 될 겁니다. 볼보는 매우 작은 회사지만, 전 세계에서 높은 성장력을 보이고 이루고 있습니다. 자랑할만한 ‘다름(difference)’의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볼보의 자동차 정비 시스템을 삼성전자 휴대폰 센터처럼 쉽고 빠르게 바꿀 예정입니다.”

이윤모 볼보자동차 코리아 대표는 이달 1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본사에서 진행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볼보의 장점들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는데도, 올해 높은 성장을 이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볼보는 11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61.7%가 늘어난 2700여대의 차를 판매했다. 수입차 전체 성장세(24.4%)의 두 배 이상 속도로 판매량을 늘린 셈이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1일 볼보에 합류했다. 이번이 언론과의 첫 인터뷰다. 직전까지 국내 수입차 1위 업체인 BMW에서 영업담당 임원과 AS 담당 임원을 역임했다.

이윤모 대표.

이 대표는 “볼보만의 여러 장점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첫손에 꼽는 볼보의 장점은 역시 ‘안전’이다. 이 대표는 볼보가 자동차를 만드는 데 가장 우선시하는 가치를 운동 성능이나 연비가 아닌 안전에 둔다는 것이 다른 회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볼보는 스웨덴에 세계 최대 규모로 불러도 될만한 ‘안전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1년에 50만대도 안 되는 차를 파는 회사가 안전만큼은 1등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또 작은 차에도 다른 브랜드의 중형이나 대형차에나 달릴 법한 안전 사양을 가능한한 모두 집어넣는다. 한예로 시속 50㎞ 이하에서 사고가 예견되는 경우 자동차가 스스로 속도를 줄이거나 정지하는 ‘시티 세이프티’ 기능이 전 차종에 들어가 있다.

이 대표는 “2020년에는 볼보를 타는 사람 중 중상자나 사망자가 하나도 없게 하겠다는 것이 볼보의 원대한 목표”라면서 “앞으로도 안전 분야 기술만큼은 볼보가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볼보의 차별화 요소로 품질을 꼽았다. 볼보의 품질이 유럽 고급차 중에서도 최고라는 것이다. 근거로는 보증수리비용이 가장 낮다는 점을 꼽았다. 보증수리비용은 자동차 회사들이 판매한 차 1대당 보통 3년인 보증수리 기간에 쓴 비용을 말한다. 이 대표는 “과거 BMW의 AS 총괄임원을 한 만큼 각 사의 보증수리비용을 파악하고 있는데, 볼보의 보증수리비용은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면서 “고장이 잘 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스웨덴 브랜드인 볼보가 가진 ‘스칸디나비안 디자인’과 미국·일본은 물론 같은 유럽인 독일과 프랑스의 차와도 다른 스웨덴 차만의 ‘주행 감성’을 갖춘 것 등도 볼보가 선택을 받는 데 기여한 요소로 꼽았다.

이 대표는 “독일차 일색인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볼보가 이렇게 성장한 것을 보면 이제 국내 소비자들이 차별화를 원하기 시작한 것 같다”면서 “특히 젊은이들이 볼보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년 이후에도 볼보자동차 코리아의 고성장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내년에는 판매를 견인할 신차가 3종이나 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속하는 ‘크로스컨트리’ 모델들이다. 특히 S60을 기반으로 만든 크로스컨트리의 경우 2.0L 엔진을 달고 306마력의 힘을 내는 고성능 차라 기대가 크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2016년에 나올 예정인 XC90이 볼보의 성장을 본격적으로 이끌어줄 차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모 대표.

“볼보라는 브랜드가 차별화를 추구하는 것처럼 볼보코리아도 다른 수입 브랜드와는 다른 길을 갈 것입니다. 깜짝 놀랄만한 AS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내년에 국내 시장에서 4000대 이상을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올해보다 40% 이상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차별화도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가장 획기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AS다. 볼보는 조만간 정비 서비스의 시스템을 뜯어고칠 예정이다. 자동차를 고치러 가면 보통 접수 직원에게 접수를 하고, 정비 직원이 차를 받아 정비한 다음 다시 접수 직원에게 결제를 하는 과정을 거친다. 볼보는 삼성전자의 휴대폰 서비스 센터가 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고객에게 AS 접수를 받는 것부터 결제까지 정비 직원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꿀 예정이다.

이 대표는 “차의 문제를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것도 정비 직원이고, 정비를 마친 다음 고객에게 만족할만한 설명을 해줄 수 있는 것도 정비 직원”이라면서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면 간단한 원리지만 아직 이렇게 하는 자동차 회사는 없다”고 말했다.

볼보는 또 획기적인 보증 연장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수입차 회사들은 보통 3년인 보증 기간을 연장하는 쿠폰을 판매하고 있다. 이 대표는 “가격을 보면 놀랄 것”이라면서 “보증 수리에 다른 회사보다 비용이 덜 드는 만큼 값도 매우 싸게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볼보는 작은 회사다 보니 전시장을 BMW나 벤츠처럼 크고 화려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하지만 스칸디나비안 느낌이 나는 인테리어와 향기, 소리, 냄새까지 차별화해 경쟁할 것입니다.”

이 대표는 “지금 볼보를 사는 사람은 점점 이득을 볼 것”이라면서 “앞으로 브랜드를 계속 고급화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빠르게 성장하는 것보다는 건실하게 성장하는 것을 추구하겠다”면서 “딜러가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딜러들이 이익을 낼 구조를 만드는 데도 노력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