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정자동 LH본사.

분당서울대병원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사옥 부지를 사들여 내년부터 세계적인 의료복합 연구단지 조성에 나선다. 이곳에는 서울대 생명과학대학과 대학원 캠퍼스, 국내외 바이오·헬스케어 기업과 연구소, 의료정책 연구센터 등이 들어서게 된다.

24일 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23일 마감한 LH본사 정자 사옥 매각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입찰가격은 당초 예정가격(2416억원)보다 조금 높은 2421억원을 써냈고 이달 31일까지 매매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LH 정자 사옥은 부지 면적이 4만4727㎡에 지하 4층~지상 7층 규모 본관을 포함해 건물 연면적은 총 7만9827㎡다. LH가 내년 4월 경남 진주혁신도시로 본사를 옮기면서 두 차례 공개 매각을 추진했는데 경기 침체 여파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분당서울대병원은 LH 정자 사옥이 불곡산 자락을 사이에 두고 병원 부지와 붙어 있는데다 주변 환경이 뛰어나 의료복합단지 개발에 최적(最適)이라고 판단하고 지난해부터 매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가격과 대금 납부조건이 맞지 않아 지연됐다가 최근 이사회에서 매입을 최종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서울대병원은 LH 정자 사옥을 매입해 병원과 대학 캠퍼스, 바이오·의료기업, 연구소 등이 결합된 '헬스케어 창조 클러스터 의료복합 연구단지'로 조성할 예정이다. 올해 내 부지 매입 계약이 끝나면 인허가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사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도 올 9월 분당서울대병원과 협약을 맺고 클러스터 조성에 필요한 각종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기로 약속했다.

연구단지에는 ▲서울대 의대와 공대, 자연과학대 등이 연계된 생명과학대학과 대학원 캠퍼스 ▲국내외 헬스케어 기업과 연구소 ▲생명과학 연구지원센터 ▲의료정책 연구센터 ▲기숙사 등이 들어선다. 이 시설들이 완공되면 기존 병원과 연계해 연구 개발, 관련 산업 육성, 임상연구, 환자 치료까지 한곳에서 가능해진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해 문을 연 미국 뉴욕 할렘바이오스페이스를 개발 모델로 삼고 있다. 할렘바이오스페이스는 생명공학 스타트업(초기·신생 벤처기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상품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바이오 인큐베이터 프로젝트다. 탁월한 생명공학 아이템만 있으면 저렴한 임차료를 지불하고 입주해 생명공학 연구에 필수적인 실험실과 고가의 최첨단 실험장비를 무료로 쓸 수 있다.

성남시도 의료복합단지를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차병원과 함께 향후 바이오·의료벨트의 핵심 거점으로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성남시에는 280여개의 제약·바이오 기업과 연구소도 들어서 있어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해외의 경쟁력 있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을 대거 유치해 산학(産學) 협력을 통한 새로운 창조경제의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LH 정자 사옥 매각으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지방 이전 공기업의 종전 부동산 매각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종전 부동산은 현재 40곳, 3조2000억원어치가 팔리지 않고 남아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전체 매각 대상 151개 가운데 81개는 매각이 끝났고 상당수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개발 사업 부지를 물색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