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관계사 SNS에이스와 CJ 관계사 C&I레저산업은 51 대 49의 지분율로 경비업체 SNS영상정보를 설립한다. 두 업체가 함께 경비업에 나서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게 경비업계의 관측이다.

한화그룹과 CJ그룹의 경비회사 합작에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해당 회사에 오너의 지분이 몰리면서 후계 승계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 관계사로 건물관리 및 경비업을 하는 ‘SNS에이스’는 내년 3월 경비사업 전담 자회사인 ‘SNS영상정보(가칭)’을 설립하고, 이 회사 지분 49%를 CJ 계열사인 C&I레저산업에 14억7000만원에 매각키로 했다고 지난달 공시했다.

SNS에이스는 김승연 한화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856억원, 영업이익 26억원, 순이익 1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C&I레저산업은 골프장·리조트 및 부동산 개발 업체로 이재현 CJ회장이 42%, 이 회장의 장녀 이경후씨(29)가 20%,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24)가 38%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화와 CJ 두 그룹에서 오너 일가가 경비 사업 분야의 합작 회사 ‘SNS영상정보(가칭)’를 세운다는 것이다.

◆ 경비업, IT서비스 이어 승계용 비즈니스로

재계에선 한화와 CJ가 경비사업 매출 확대를 통해 각각 3세와 4세 승계에 유리한 토대를 닦으려 한다고 보고 있다. 경비사업은 최근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 가운데 하나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비업(물리보안) 시장 규모는 5조5300억원으로 2012년 4조6700억원 대비 18.3% 늘었다.

하나대투증권은 올해 관련 산업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4.5% 성장한 6조30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경비업에 IT(정보기술)을 적용하고, 해킹 등 정보보안과 결합시키는 신사업도 성장하고 있다. 이정기 하나대투증권 스몰캡팀장은 “IT기술과 결합한 ‘융합보안’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커지면서 관련 매출이 늘고 사업도 고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한화와 CJ가 IT서비스 업체 매출을 키우는 방편으로 경비업 진출을 도모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경비 서비스 운용과정에서 IT서비스 업체들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CJ는 이재현 회장의 계열사 지분을 장남 선호씨에게 증여하기 시작하면서 4세 승계의 첫발을 뗐다. 지난 18일 이재현 회장의 장남 선호씨가 IT서비스를 담당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280억원어치를 이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아 13.3%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76.07%를 보유한 ㈜CJ, 11.35%를 보유한 이재현 회장에 이은 3대 주주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전신인 CJ시스템즈의 지난해 매출은 3572억원, 영업이익은 328억원이었다.

한화그룹의 IT서비스회사인 한화S&C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화S&C는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30)이 50%, 차남인 김동원 한화그룹 디지털팀장(29)이 25%, 삼남인 김동선 한화건설 매니저(25)가 25%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화의 3세 승계를 위해서는 한화S&C의 덩치를 키워 ㈜한화 등 한화그룹 계열사와 합병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주회사인 ㈜한화 지분율은 김동관 실장은 4.44%, 김동원 팀장과 김동선 매니저는 각각 1.67%다. 김승연 회장의 지분도 22.65%에 불과하다. 한 경비업계 관계자는 “경비사업은 실제 제품이 들어가서 IT서비스 업종보다 매출 발생이 용이하다”며 “그룹 내에서만 매출을 늘려도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CCTV 1위 테크윈-케이블TV 1위 CJ헬로비전 시너지 주목

최근 경비산업은 IT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발전하고 있다. 한화와 CJ가 경비사업을 통해 각각 그룹 내 IT서비스 업체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경비업계는 표면적으로는 “사업 진행을 지켜보겠다”고 말하지만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경비업계 관계자는 “한화와 CJ가 제휴를 통해 경비업 사업 확장에 필요한 전방산업과 후방산업을 모두 확보하게 된 셈”이라고 이유를 귀띔했다.

한화(000880)가 지난달 삼성으로부터 인수키로 한 삼성테크윈은 경비 시스템의 핵심인 CCTV 국내 점유율 1위 업체(점유율 25%)다. 군용 장비 사업을 진행하면서 경비사업에 필요한 센서,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도 갖추고 있다. 한화는 또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인수하면서 공장 보안 등에 수요가 늘었다.

CJ는 국내 최대 케이블TV(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이자 2위 알뜰폰(MVNO) 업체인 CJ헬로비전을 보유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의 영업망을 통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비용 기기에 휴대폰처럼 USIM(가입자식별모듈)을 탑재해 사물간통신(M2M) 기반의 이동통신 사업도 벌일 수 있다.

또 CJ가 갖고 있는 식음료 체인사업(CJ푸드빌), 영화 사업(CJ CGV(079160)), 드러그스토어(CJ올리브네트워크) 등도 당장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잠재 ‘고객’이다.

이 때문에 한 업계 관계자는 “양 쪽이 후계 승계와 관련해 ‘윈윈’ 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낸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