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저장 용도로 쓰이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매년 커지고 있다. 미국 반도체 조사기관 VLSI리서치와 국내 증권사들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는 673억달러로 작년에 비해 12% 증가했을 전망이다. 내년에는 시장 규모가 707억원에 달해 올해보다 더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되는 반도체 소켓(후공정 단계에서 불량품을 걸러내는 소모품) 제조사 오킨스전자는 반도체시장과 함께 나란히 성장해왔다. 특히 반도체 디램(DRAM)의 시장 규모는 소켓 제조사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 1개가 출하될 때마다 1개씩 사용되고 버려지는 소모품인 만큼, 소켓 판매량은 반도체 출하량과 밀접한 연관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전진국 오킨스전자 대표이사

지난 15일, 경기 의왕에 위치한 오킨스전자 본사에서 전진국 대표이사를 만났다.

전 대표는 대학 졸업 이후 지금까지 줄곧 반도체 업계에 종사해왔다. 미국계 반도체 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 13년 간 근무했다. 그러던 중, 반도체 소켓을 국산화해보겠다는 생각으로 퇴사해 오킨스전자를 창업했다.

“당시엔 반도체용 소켓이 전부 일본에서 수입됐었어요. 일본 업체들이 재료비의 10배가 넘는 가격에 물건을 팔고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밉더라고요. 당시 우리나라엔 반도체 회사가 삼성전자·현대전자·LG전자 등 3개 있었는데 일본 소켓 업체들은 자기네 나라 회사에 납품하던 제품을 그대로 가져다 우리나라 3사에 납품하곤 했죠. 이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직접 소켓 제조사를 만들기로 마음 먹었어요.”

초기엔 사업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사업을 시작하기 직전이었던 1997년 말 IMF사태가 터졌다. 전 대표는 창업 첫 해 “세금 계산서를 하나도 못 끊었다”고 말했다. 제품을 전혀 팔지 못했다는 것.

그로부터 약 14년이 지난 현재, 한국의 반도체 시장은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를 필두로 무섭게 성장했다. 자연히 국내 소켓 제조사들도 함께 컸다. 지난해 오킨스전자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373억원, 영업이익은 27억원이었다. 사업 첫 해 한 푼도 벌지 못했던 회사가 14년만에 연매출 400억원을 바라볼 정도로 성장했다.

오킨스전자 직원들이 반도체를 검사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오킨스전자 외에도 반도체 소켓 제조사가 세개 더 있다. 테스트소켓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로는 리노공업과 ISC가 있고, 번인소켓을 주로 만드는 회사로는 마이크로컨텍솔루션과 오킨스전자가 있다. 번인소켓이란 메모리반도체의 초기 불량을 잡기 위해 굽는 과정에서 쓰는 소켓을 말한다. 오킨스전자의 이번 상장으로 국내 4개 소켓 제조사 모두 증시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국내 소켓 제조사들은 반도체 시장의 양적 성장 외에도 질적 성장 덕에 꾸준히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DRAM 반도체 시장이 기존 DDR3 중심에서 DDR4로 변화하고 있어, 이에 따른 소켓 수요 증가와 고부가가치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전체 DRAM시장의 3%를 점유하는 데 그쳤던 DDR3는 내년 21%, 2016년 42%로 점유율을 계속 높여갈 전망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물인터넷의 등장으로 반도체 수량도 늘고 집적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도체가 고부가가치화하면 발에 달린 볼(연결 단자)의 개수가 많아져요. 그러면 같은 면적 안에 더 많은 볼을 넣기 위해 간격을 좁혀야 하고, 볼을 끼워 반도체를 검사하는 소켓도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게 되죠. 요즘 반도체들은 볼이 1500개나 붙어있어요.

경쟁사들에 비해 오킨스전자가 갖고 있는 경쟁력은 무엇일까. 전 대표는 오킨스전자가 소켓을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을 모두 자체 조달하고 있으며, 소켓 제조 뿐 아니라 검사 대행도 같이 해주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고객사가 자사 반도체를 검사해달라 의뢰하면 오킨스전자의 테스트 공정에서 이를 직접 검사해 내보내기도 한다. 특히 서울반도체의 경우 전체 생산량의 40%를 오킨스전자에서 검사하고 있다.

오킨스전자의 반도체 테스트 기기 내부 모습

마스크와 방진복을 착용하고 공정을 직접 둘러봤다. 검사기기 안을 들여다보니 복잡한 구조의 기계가 반도체의 불량 유무를 자동으로 검사하고 있었다. 다른 한 쪽에선 방진복을 착용한 직원들이 직접 현미경으로 제품을 들여다보며 품질 점검을 하고 있었다.

향후 반도체 소켓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묻자, 전 대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과거에는 메모리반도체가 PC용 메모리, 메모리스틱과 SD카드 등 저장 매체에만 쓰였지만 지금은 다양한 형태의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우선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커졌고, 블랙박스와 CCTV, 자동차, 스마트워치 등 다양한 곳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소켓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전망입니다.”

지난 15~16일 이틀 동안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공모주 청약은 9.08대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36만6505주에 대해 332만9330주가 청약됐다. 공모가는 7100원이었으며, 청약증거금으로 118억원이 들어왔다.

오킨스전자는 공모자금을 신제품 개발과 차입금 상환에 활용할 계획이다. 차입금은 테스트 서비스 용역 분야 대규모 장비 투자 때문에 발생했는데, 금리 부담으로 조기에 상환할 계획이라고 전 대표는 설명했다.

◆ 액면가: 500원
◆ 자본금: 21억6000만원
◆ 주요주주: 전진국(20.1%), 김종휘(11%), 현대기술투자(9.1%), IBK캐피탈(6%), 한국산업은행(6%)
◆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 전체 620만주의 62.5%인 387만2695주
◆ 주관사(미래에셋증권)가 보는 투자 위험:
반도체 검사용 소켓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반도체 테스트 장비에 장착되어 사용되는 제품으로, 반도체 산업의 경기 변동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있음. 반도체 업황이 악화돼 반도체 생산 업체들의 생산량이 줄거나 제품 가격이 하락할 경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

내년 상반기 NAND 공급 과잉이 전망되는 가운데 SSD등 NAND 수요가 시장 전망치를 밑돌거나 NAND 공급자 간 경쟁 심화로 NAND 공급량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 경우, NAND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음. 이는 오킨스전자 번인 소켓 매출과 수익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

반도체 집적화 추세에 따라 이에 대응 가능한 협피치소켓 개발 능력이 산업 내 주요 경쟁요소로 부각되고 있으며, 경쟁 업체 또한 협피치 소켓을 지속적으로 개발 중이기 때문에 오킨스전자가 거래처가 요구하는 기술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시장 점유율이 감소할 수 있음.

LED 조명 제품 시장은 고품질보다는 저가격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LED 패키지 업체들의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오킨스전자 LED 테스트 용역 매출 관련 주요 전방 업체인 서울반도체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LED 테스트 용역 매출과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